감군(減軍)방침에 따라 군의 몸집이 줄어들어도 전략무기 체계를 도입하고 운영하려면 국방비 규모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래 한국군의 핵심전력을 ‘돈먹는 하마’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국방예산 규모로는 야심만만한 전력증강 계획을 추진하기 힘들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우선 정부재정에서 국방비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93년 이후 정부재정 증가율이 평균 13.8%인데 비해 국방비 증가율은 그 절반인 6.6% 수준.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6.46%(78년)→4.2%(88년)→3.07%(98년)로 감소 추세이다. 올 국방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0.4% 줄었다.
IMF충격으로 정부의 중기 재정계획이 흔들리면서 국방부가 수립한 ‘국방중기계획(2000∼2004년)’ 역시 크게 수정됐다.
군 당국은 미국 덕분에 우리가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안보를 지켜왔지만 주변국이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는 상황에서 국방비 비중이 더 이상 내려가선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강대국의 외교군사정책이 국익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국방 자주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군사력 건설의 효과는 10∼15년 뒤에 나타나므로 21세기 군사력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것.
물론 군은 국방예산의 투명성에 대해 국민여론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의식, 국방비 증액을 큰 목소리로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는 21세기 안보환경에 대비한 국방비 증액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다음달에 한국경제학회와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