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국교총이 주도한 전임 이해찬(李海瓚)장관 퇴진운동은 한달 뒤 있은 5·24 개각에서 교육부장관을 경질하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한국교총이 내세운 명분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개혁추진’이었다. 전임 장관이 개혁을 밀어붙이려다 퇴진요구를 받았다면후임장관은‘왜교육개혁을 제대로 못하느냐’는 정반대의 사유로 퇴진운동의 도마에 올라있다.
▽교육부장관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교육계를 대표하는 ‘큰 어른’으로서 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 덕망, 포용력을 갖춘 인사가 아닌가 싶다. 또 눈앞의 인기나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국가에 이익이 되는 교육이 어떤 것인지를 찾아 소신있게 밀고 나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런 일을 해내려면 교육부장관은 무엇보다 교육계의 존경과 신뢰를 상실해서는 안된다.
▽교육부장관이 연달아 퇴진요구를 받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교육계 전체가 뭔가 어긋나 있고 의사소통이나 정책수립을 위한 여러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대통령이 부적절한 인물을 기용했을 수도 있고 개혁 과정의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처럼 교육계의 수장(首長)이 매번 불신을 받는 어수선한 상황에서는 절대로 교육의 21세기를 준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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