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분간의 판결선고 후 강씨와 김씨는 방청객들에게 축하인사를 받느라 바빴지만 이승구과장은 “재판부의 판결에 주석(註釋)을 달지는 않겠지만 항소하겠다”며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20일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지법 311호 중법정은 방청객이 정원인 150석을 채 채우지 못해 경제정책의 최고 책임자들에게 법률적인 책임을 묻는 자리치고는 비교적 한산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강씨와 김씨는 평소처럼 재판 시작 전 미리 법정에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지만 선고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던 탓에 긴장을 감추지는 못하는 표정.
두사람은 이날 가족과 함께 법정에 나와 서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격려한 뒤 법정에 들어서 이승구과장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기도.
…기소 당시 중수부에 몸담고 있었던 이충호(李忠浩)검사와 홍만표(洪滿杓)검사는 각각 여주지청장과 청와대로 인사이동을 한 탓에 이날 법정에는 나오지 않고 좌장격인 이승구과장만이 법정에 나와 심각한 표정으로 선고를 지켜봤다.
이승구과장은 재판 초기 “경제사를 다시 쓴다는 심정으로 수사에 임했다”고 비장한 심경을 밝혔으나 6월 결심공판 이후 “무죄가 나올지도 모른다”며 주변에 불안감을 털어놓았으며 이날 공판에서도 재판부가 판결요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침통한 표정으로 기록에 열중.
…지난해 7월10일부터 장장 407일간 계속된 환란재판은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12·12, 5·18사건 공판에 비견될 정도로 갖가지 진기록을 남겨 화제.
27차례 열린 공판에 출석한 증인은 모두 50명으로 169일간 28차례 공판에 41명의 증인이 나왔던 12·12, 5·18 공판의 기록을 앞질렀고 채택되지 않은 증인까지 포함할 경우 검찰측 77명, 변호인측 6명 등 83명.
…공판에 참석한 증인들을 보면 전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총재 대통령비서실장 은행장 경제부처장관, 그리고 재벌총수 등 재계 관계 금융계의 최고위층 인사들이 총출동.
고위관료로는 홍재형(洪在馨)임창열(林昌烈)전경제부총리와 김광일(金光一) 김용태(金瑢泰)전대통령비서실장과 최광(崔洸)전복지부장관 이효계(李孝桂)전농림부장관이, 경제관련 실무자급에서는 윤진식(尹鎭植)전청와대조세금융비서관, 윤증현(尹增鉉)전재경원금융정책실장, 정규영(鄭圭泳)전한국은행국제부장 등이 핵심증인으로 증언대에 섰다.
또 박건배(朴健培)해태회장, 김선홍(金善弘)전기아회장, 이계철(李啓撤)한국통신사장과 정지태(鄭之兌)전상업은행장 송기태(宋基台)전조흥은행장 신복영(申復泳)서울은행장 등도 법정에 섰다.그러나 핵심증인 중 한명인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답변서만을 제출해 법정증언이 끝내 불발.
〈하태원·김승련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