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청문회]검찰 수사 짜맞추기 의혹

  • 입력 1999년 8월 24일 00시 56분


국회 법사위는 23일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 등 증인 4명을 출석시킨 가운데 ‘옷로비의혹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첫날 증인신문을 벌였다.

여야의원들은 이날 배씨를 상대로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의 구명로비 대가로 옷값 2400만원의 대납을 요구했는지 여부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옷로비에 개입됐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배씨가 검찰의 수사발표와 상반된 내용을 진술해 검찰이 ‘짜맞추기’수사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배씨는 이날 최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에게 옷값대납을 요구해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것이 아니냐는 의원들의 추궁에 “사실무근이며 검찰조사과정에서 결백을 호소했으나 어떤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배씨는 이어 “담당검사가 조사도중 ‘배씨가 십자가를 진다’고 말하는 것을 어렴풋하게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형자씨의 동생 형기씨는 증언을 통해 “지난해 12월18일 배씨가 찾아와 언니에게 옷값 대납을 요구하는 것을 봤다”며 “실제로 언니가 비서를 통해 2200만원을 준비했다가 배씨가 추가로 수천만원을 요구하자 없던 일로 했다”고 반박했다.

배씨는 또 “연정희씨 등과 라스포사에서 호피무늬 반코트를 입어본 시점은 12월19일이며 당시 호피무늬 반코트가 연씨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검찰은 6월 연씨 등이 12월26일 라스포사에서 호피무늬 반코트를 입어본 뒤 코트가 연씨에게 배달됐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배씨는 또 12월19일 라스포사에 지금까지 알려진 연씨와 김정길(金正吉)당시행정자치부장관 부인 이은혜씨 이외에도 천용택(千容宅)당시국방장관 부인 김아미씨도 함께 갔었다고 진술했다.

배씨는 “연씨가 당시 이은혜씨와 함께 문제의 코트를 입고 경기 성남의 기도원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이씨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증언해 연씨가 옷을 팔에 걸치기만 했다는 검찰발표와 차이를 보였다.

연씨가 최순영회장 외회도피 사건의 수사진행상황을 누설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배씨는 “지난해 11월 연씨가 이형자씨의 사돈인 조복희(趙福姬)씨의 봉사모임 가입을 거부한 뒤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63빌딩건(최회장 사건)은 연말까지 보류됐다’는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해 12월 배씨가 “외자유치가 안되면 최회장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묻자 연씨가 “어렵지 않겠어요”라며 ‘일반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의례적인 대답’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증인신문에는 배씨와 이형기씨, 이형자씨의 사돈 조복희씨, 횃불재단센터 원장 비서 고민경씨가 출석했다. 24일에는 연정희씨 등 9명이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이수형·공종식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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