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청문회/延씨 태도]정회시간 대기실서 울음

  • 입력 1999년 8월 24일 19시 19분


“결혼 이후 30년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바깥 분 일에 대해서는 벽을 쌓고 살았습니다.” “살아오면서 친척도 집 근처에 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24일 ‘옷로비의혹사건’ 청문회 증인석에 앉은 연정희(延貞姬)씨는 시종 안경 너머로 신문하는 의원들을 똑바로 응시한 채 ‘30년 검사부인의 청렴’을 내세웠다.

연씨는 “옛날에 김칫거리 살 돈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쇠고기를 못먹였다”고 목청을 높이며 “내가 살아온 30년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느냐. 하나님만이 나를 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연씨는 비교적 명료한 기억으로 당시 상황을 재연, 증언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려고 애썼다. “아우야, 이 은혜를 뭘로 갚나”라는 배정숙(裵貞淑)씨의 경상도 사투리까지 흉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목요상(睦堯相)위원장으로부터 “증인은 답변을 짧게 하라”는 훈계도 들었다.

연씨는 배씨에 대해 “형님으로 깍듯이 모셨는데 어제 증언을 보고 너무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한 말을 내가 한 말로 했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IMF 상황에서 고위공직자 부인이 고급의상실을 밥먹듯이 드나들어도 되느냐. 의상실을 드나드는 데 관용 승용차를 사용해도 되느냐”고 야당의원들이 다그치자 “반성하고 뉘우친다”고 고개를 숙였다.

연씨는 남편인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에 대해 ‘거울같은 분’ ‘성품이 깔끔하신 분’이라고 치켜세운 뒤 “내가 잘못하면 검찰이 잘못된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남편에게 부끄럽고 죽고싶다”며 울먹이다 정회시간에 법사위 대기실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국회 의원식당에서 점심식사하면서는 동행한 딸 친지들과 담소하며 웃음을 짓는 등 밝은 모습이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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