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청문회]『열쇠 쥔 정일순씨 왜 안나오나』

  • 입력 1999년 8월 24일 19시 19분


24일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서는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의 불출석으로 여야간에 한차례 논란이 벌어졌다.

○…목요상(睦堯相)위원장이 청문회 시작과 함께 정씨가 불출석할 것이라고 밝히자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의원은 “핵심증인인 정씨가 출석하지 않는다면 뒤에 배경이 있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도 “정씨가 높은 분과 20년간 친한 것을 명분으로 고위층에 옷을 보내고 기업인들에게 대납토록 하는 것을 ‘업(業)’으로 삼아왔다”고 주장했다. 정의원은 또 “정씨가 사건 발생 직후 당시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에게 8쪽 분량의 편지를 발송한 적도 있다”며 “법사위 차원에서 출국금지를 결의, 법무부장관에게 요청하자”고 긴급 제안했다.

자민련 함석재(咸錫宰)의원 등 여당의원들도 “정씨의 출석거부는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는 태도”라며 동조했다. 이에 따라 법사위는 정씨의 출국금지를 법무장관에게 요청하는 한편 25일 재출석을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 조찬형(趙贊衡) 한영애(韓英愛)의원 등은 “청와대 관련설 등 근거없는 정치공세는 자제하라”고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정씨는 ‘옷로비의혹사건’에 연루된 주요 증인들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라는 게 야당측의 지적.

야당의원들은 정씨가 라스포사를 거점으로 고위층 부인들의 사교장을 제공, 막강한 위세를 과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씨가 현재 여권 실세들과 사적(私的)으로 깊은 관계라는 점과 정씨의 남편이 김태정전검찰총장의 고교선배로 두 부부가 평소 절친한 사이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야당측은 라스포사를 무대로 벌어진 고위 정 관 재계 부인들이 뒤엉킨 로비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같은 ‘정일순커넥션’은 청와대로 번질 조짐도 없지 않다. 23일 증언한 배정숙(裵貞淑)씨가 “정씨가 ‘자신의 옷이 청와대로 들어가고 있다’ ‘대통령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가 입고 다닌 옷을 디자인했다’고 하더라”고 증언, 청와대 ‘몸통’설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한편 정씨의 증언이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씨가 이형자(李馨子)씨와 통화한 내용 △정씨가 연정희(延貞姬)씨에게 밍크코트를 건네준 경위와 연씨의 반납여부 △배씨의 옷값 대납요구설 등 주요 의혹이 묻혀질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이번 청문회를 통해 추가로 라스포사를 드나든 것으로 알려진 현직 장관급 인사 부인들의 고급옷 구입실태도 덮어지게 된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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