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신문에 이어 이날 오후6시에 시작된 대질신문에서 10년 지기라는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는 상대방을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맹비난하는 등 치열한 설전.
이씨는 “사직동팀의 조사를 받을 때 정씨는 30분 동안 눈한번 꿈쩍하지 않고 나를 보면서 거짓말했다”며 옷값대납 요구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정씨를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웠다.
반면 정씨는 이씨가 ‘정씨로부터 옷값대납요구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할 때마다 흥분한 목소리로 “완전한 조작극이다. 거짓말이다”면서 “장관부인, 재벌부인의 거짓말 때문에 내가 망했다”며 고함.
○…대질신문에서도 증인 간 진술이 엇갈려 추가로 진실을 밝히는데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자 의원들은 답답한 표정이 역력.
목요상(睦堯相)위원장은 오후 8시반경 대질신문이 끝나자 “여러분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분명하며 양심에 가책을 받을 것이다”면서 “방송을 통해 지켜본 시민들은 물론 여러분이 믿고 있는 하나님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
목위원장은 또 대질신문 중 증인들 간에 감정이 격화돼 불상사가 일어날 것을 우려, 증인들 사이에 ‘차단벽’으로 국회 여경위들을 배치.
○…이날 대질신문이 끝나자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이형자씨와 정일순씨는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않은 채 퇴장. 그러나 배정숙(裵貞淑)씨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연정희(延貞姬)씨를 만나 “어째 이런 일이…”라고 말했고, 연씨는 휠체어에 앉아있던 배씨의 손을잡으며“글쎄 말입니다.빨리 회복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사.
○…대질신문에 앞서 벌어진 증인신문에서는 성경이 뜻하지 않은 ‘수난’을 겪기도. 전날 배정숙씨가 “성경에 손을 얹고 하느님에게 맹세한다”는 얘기를 한데 이어 이형자씨도 “하늘에 대고, 땅에 대고 맹세하지 말란 말이 있다”는 성경의 구절을 인용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
이에 자민련의 송업교(宋業敎)의원은 “배정숙 연정희 이형자씨 세사람이 모두 성경을 걸고 자신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그럼 성경은 모두 세종류가 있다는 말이냐”고 힐난.
○…국민회의 한영애(韓英愛)의원이 정일순씨를 상대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가 라스포사 의상실에 자주 찾아갔나요”라고 묻자 정씨는 “9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몇차례 와 3벌 정도 맞춘 적이 있다”고 증언. 이에 정형근(鄭亨根)의원은 “이렇게하면 이제 (여야 간 공방이)‘에스컬레이트’ 되는 거지, 각오해”라며 으름장.
○…한편 김정길(金正吉)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부인 이은혜씨(본명 이순희)는 이날 밤 시아버지(김수석의 부친)가 별세한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
5년넘게 시아버지 대소변을 받아왔다는 이씨는 이날 오전 증인선서를 마치고 일단 귀가했다가 다시 국회로 돌아왔는데 오후8시경 별세소식을 전해듣고 “임종도 못하다니, 이런 불효가 없다”며 울음을 떠뜨렸다. 이씨는 이날 ‘1월7일 포천기도원에서 연씨가 호피코트를 입은 모습을 봤다’고 자신이 말했다는 배씨의 증언을 부인.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