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와 이영기(李英基) 이형기(李馨基) 세자매는 ‘옷로비의혹사건’ 청문회에서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 등 고위층 부인들을 상대로 로비를 한 일이 없다고 강변했다.
옷값을 대납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단호히 거부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으로서, 그런 것(로비)은 알지도 못한다”는 게 이씨 자매의 주장이다. ‘옷로비의혹사건’의 대전제를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정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심나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연정희씨로부터 직접 요구받은 것은 아니지만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로부터 연씨가 앙드레 김 의상실에서 구입한 옷값 2200만원을 대납해달라는 요구를 받고는 이를 들어주기로 하고 실제로 돈까지 준비했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이다. 적어도 로비를 할 생각은 있었다는 얘기다.
또 이형자씨는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로부터 98년 10월경 수천만원짜리 밍크코트 2벌을 포함, 1억5000만원 어치의 의상을 구입했다.
이에 대해 이씨 자매는 “우리는 사치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렇게 사주는 게 좋을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 자매는 정일순씨가 평소 연정희씨는 물론 청와대 고위층과도 친분이 있다고 은근히 과시하고 다녔다는 증언도 했다.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마지막 순간, 옷값 대납 요구를 거부했지만 이형자씨의 최초 생각은 정일순씨를 통해 정부 고위층에 접근해 ‘로비’를 해야겠다는 의도가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검찰수사 '연풀'의혹▼
검찰이 옷로비의혹사건을 수사하면서 고소인인 김태정(金泰政)당시 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와 피고소인인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 사이의 화해를 주선하는 등 사건수사를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는 25일 국회 청문회에서 ‘6월 초 검찰 수사 당시 연씨와 오해를 풀었다’는 검찰 발표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씨는 연씨와는 왜 화해했느냐는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의원의 질문에 “연씨와의 화해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왜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검찰은 당시 “이씨와 연씨가 수사과정에서 모든 오해를 풀고 화해했다”고 발표했었다.
따라서 이씨의 진술은 검찰이 두사람의 화해를 무리하게 ‘연출’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이씨는 수사검사가 검사실에서 연씨와의 통화를 주선했다고도 증언했다. 당시 서울지검에서 연씨와 한 전화통화는 담당검사가 ‘연씨로부터 전화가 왔으니 받아보겠느냐’고 해서 성사됐다는 것.
이씨는 이어 “화해를 원치는 않았지만 남편을 구속한 검사가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고 통화가 성사된 과정을 설명했다.
당시 검찰간부는 6월 2일 공식 브리핑에서 “남편을 수사하면서 가까워진 검사가 아니라면 어느 누구에게라도 답변하지 않겠다고 이씨가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연정희씨 이형자씨 협박여부▼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에 대해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고 최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와 이영기(李英基) 이형기(李馨基)씨 자매는 주장했다.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가 “연씨가 ‘최순영회장은 12월에 구속될 것이며 외화도피에 관련된 최회장 사돈댁은 갈가리 해체시키겠다’는 말을 한다”며 “연씨가 보통 성질이 아니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는 게 이씨 세자매의 주장이다.
최회장이 외화 도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검찰총장 부인의 험담은 ‘압력’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고 이씨 세자매는 증언했다.
그러나 연씨의 주장은 다르다.배정숙씨의 친구이자 최회장의 사돈인 조복희씨의 ‘낮은 울타리회’ 가입을 거부하면서 배씨에게 “조씨는 외화도피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신동아의 사돈이라서 안된다”고 말한 것이 전부라는 얘기다.이씨 세자매에게 연씨의 발언을 전했다는 배정숙씨도 23일 증언에서 “연씨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이씨자매가 연씨로부터 직접 들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협박발언’은 이씨세자매의주장만 있는 셈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