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옷로비 의혹사건’ 청문회에 참석한 정일순(鄭日順·라스포사사장)씨의 신문을 끝낸 국회 법사위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24일 ‘몸이 아프다’며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정씨는 신문을 시작할 때만해도 “몸이 괜찮으냐”는 목요상(睦堯相)위원장의 질문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곧바로 신문이 시작되자 목청을 높이며 이형자(李馨子)씨에 대한 옷값 대납요구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정씨는 의원들이 다그칠 때마다 “내가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지금까지 언행일치하며 바르게 산 것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여 항변했다.
흰 원피스 차림의 정씨는 미리 준비한 손수건으로 연방 눈물을 찍어가며 “나는 쇼할 줄 모른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정씨는 또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아보니 나같은 장사꾼이 제일 불쌍하다” “30년 사업을 하면서 해가 지는지, 달이 뜨는지 모르고 살았다”고 묻지도 않은 답변을 하기 일쑤였다.
대질신문 때도 옆자리에 앉은 이형자씨를 노려보며 “거짓말”이라고 소리치다 목위원장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정씨가 신문 중인 이규택(李揆澤·한나라당)의원에게 “의원님, 내가 한마디 물어보자”고 나서자 이의원이 “차라리 내가 그 자리에 가서 앉겠다”고 응수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정씨가 “이 모든 것은 이형자씨 자매의 자작극이다. 특히 동생(이영기·李英基·정씨로부터 협박전화를 받았다고 진술)은 아주 나뻐”라고 소리치자 신문하던 정형근(鄭亨根·한나라당)의원은 폭소를 터뜨렸다.
의원들은 “시간 다 간다”고 초조해하며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답하라”고 주문했으나 중간중간 정씨가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신문이 중단되기도 했고 스스로 분을 이기지 못해 증인석 탁자를 손으로 내리치다 목위원장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정씨가 “너무 억울해 자살하고 싶다”고 울분을 터뜨린 뒤 지인이 건네주는 우황청심환을 꺼내먹자 한영애(韓英愛·국민회의)의원은 “너무 다혈질”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