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청문회 실체규명 실패/남긴것과 과제]

  • 입력 1999년 8월 26일 19시 55분


25일 막을 내린 국회 법사위의 ‘옷로비의혹사건’ 청문회는 주요 증인들에 대한 대질신문까지 벌였으나 진상규명보다는 의혹만 부풀렸다. 이로 인해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사건을 철저히 재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층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진상규명 실패

사건의 핵심은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가 최회장의 구명을 위해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로비를 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형자씨와 연정희씨,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 등 증인들은 △배씨의 이씨에 대한 옷값 대납요구 △연씨의 최회장 수사내용 사전 누설 △연씨의 호피무늬 반코트 입수 및 반환경위 등에 대해 서로 상반된 진술을 해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일부 증인들은 자신이 직접 듣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양 기정사실화해 진술함으로써 의혹을 더욱 부풀린 측면도 없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의 진상규명 노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고 증인들도 진상규명과는 관계없이 철저하게 자기방어를 하는 바람에 대부분 제보나 첩보수준의 자료를 토대로 추궁해 수박 겉핥기식 ‘부실 청문회’가 됐기 때문이다.

◆성과·과제

이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연씨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짜맞추기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 청문회의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검찰은 6월 수사결과 발표 때 연씨가 98년 12월26일 라스포사에 가서 호피무늬 반코트 등을 입어보았다고 발표했으나 이씨와 배씨는 물론 연씨 마저도 19일에 옷을 입어봤다고 진술했다.

‘19일이냐 26일이냐’는 연씨의 호피무늬 반코트 보관기간, 즉 연씨의 반코트 소유의사를 규명할 중요한 근거였는데도 검찰은 철저한 수사없이 수사 당시 연씨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수용한 셈이다.

◆특검제 전망

의혹만 부풀린 이번 청문회는 역설적으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여야가 논의 중인 특별검사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현재 여야는 ‘옷로비 의혹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에 대해 특검제 도입에 원칙적인 합의를 한 상태다. 그러나 특별검사의 임명절차와 수사범위 등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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