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원할한 소송진행 필수

  • 입력 1999년 8월 26일 19시 55분


【2,3심 재판시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변호사 강제주의’가 대법원의 민사소송법 개정시안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법률지식이 없는 소송 당사자에게 법률자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비싼 변호사 수임료 때문에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고 반대한다.】

이번 민사소송법 개정시안에는 변호사 강제주의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소송 액수가 5000만원 이상인 합의부 관할사건에 관해 제1심 또는 제2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나 상고를 제기하는 경우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하게 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시민단체들은 현행 변호사 수임료체계로 볼 때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재판받을 권리와 소비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법조계는 법률지식이 없는 당사자에게 정리된 변론을 제공함으로써 본인이 직접 소송하는데 따른 폐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소송진행을 원활히 할 수 있고 제2심 이상의 사건은 지금도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를 조문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변호사 선임을 전제로 1심에서 충분한 심리가 이뤄진다면 2심 내지 3심에 불복신청을 하는 것이 그만큼 줄어들어 상소(上訴)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소송 현실을 보자. 판사의 업무가 과중해 법원은 한 변론기일에 여러 건을 동시에 심리함으로써 당사자끼리는 물론 당사자와 법원간에도 충분한 의견개진이 안되고 있다. 법관은 심중을 열지 않고 판결로서만 결론을 내리려 한다.

국민은 법원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불복신청이 폭주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변론기일이 열리기 전 변론준비절차를 열어 원고와 피고의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도록 하고 변론기일에는 증거 조사만을 집중 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개정시안에도 1심의 심리를 강화하는‘집중심리제도’가 들어있다.

이를 활성화하려면 법률 지식이 부족한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하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론 소송비용을 줄이기 위해 소송절차 단계마다 수수료를 법으로 정해야 한다. 돈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지 않도록 소송구조제도를 확충하고 권리구제보험제도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의 직업윤리 확립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규상<성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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