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부모의 삶은 아이들 인생학습장

  • 입력 1999년 8월 29일 18시 45분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이 체험 사례를 바탕으로 쓰는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10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는 청소년보호위원회 가정교육분과위(02―735―6250)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새엄마는 저한테 잔소리가 심하고 아빠랑 자주 싸웠어요. 아빠는 막내동생한테만 신경쓰고 저를 미워했어요. 아빠의 여자문제로 집안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본드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호기심으로 시작했어요.”

본드를 흡입해 소년원에 입소한 16세 소녀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뱉은 말이다. 소녀의 아버지는 여자관계가 복잡해 매번 다른 여자와 이혼과 동거를 밥먹듯 했다. 이로 인해 소녀는 아버지와 갈등이 심했다. 아버지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본드 흡입을 선택했다. 이후 본드흡입은 그 횟수와 양이 점점 늘어갔고 무단결석 패싸움 금품탈취 가출, 문란한 성관계를 경험하는 불량학생이 돼갔다.

17세 김모군은 초등학교때부터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어머니를 때리고 어머니는 아버지한테 매를 맞으면 가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어린 김군은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도망가는 일까지 도와야 했다. 김군은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지냈다. 아버지처럼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 술을 안마시려고 애쓰다가 술 대신 본드를 흡입하게 됐다. 어머니는 김군이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에는 관심도 없이 공부 외에 다른 일은 일절 하지 못하게 했다. 김군은 공부에 별 흥미를 못느꼈고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가 너무 답답했다. 김군은 참다못해 집을 나와 주유소 중국음식점 신문보급소 새시공장 등을 다니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김군이 가출을 했을 때는 본드 흡입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지만 마음을 잡고 몇달만에 집에 돌아가면 여전히 변함없는 부모의 모습에 질려 다시 본드에 손이 갔다고 고백했다.

약물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은 “부모가 자녀한테 관심과 사랑이 없다” “가정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친구들과 어울리려먼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관심도, 부모의 음주나 흡연태도, 부모의 약물사용이 청소년들의 약물경험과 관련이 있다.

부모의 삶은 아이들 인생의 학습장이다. 행복한 부부관계와 건강한 삶은 아이들이 만들어갈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거울이다.

김소야자(연세대교수·청소년 간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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