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청문회 중간점검]진실규명 못한채 허우적

  • 입력 1999년 8월 29일 19시 32분


28일로 사흘째 증인 신문을 마친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의 국정조사 청문회는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규명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청문회에 나온 주요 증인들의 진술이 의혹을 풀어주기는커녕 더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은 27일 증언을 통해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정면으로 반박, 향후 공판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파업유도발언의 진위여부와 관련, 진전부장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강희복(姜熙復)전조폐공사사장의 구조조정에 반발한 파업 우려에 단순한 법률자문만 했다는 게 그의 항변.

강전사장도 26일 청문회에서 “진전부장과 조폐공사 문제를 상의한 끝에 진전부장으로부터 ‘빨리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압력’에 가까운 말을 들었다”고 진전된 진술을 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파업유도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발을 뺐다.

결국 진전부장의 진술은 강전사장에게 임금삭감안 대신 조폐창 조기통폐합의 압력을 행사해 노조의 파업을 유발했다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검찰의 조직적 개입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휘계통상 당시 박상천(朴相千)법무장관과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등‘윗선’에 조폐공사문제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몰아붙였지만 진전부장은 “일반적 현황보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조폐공사 등 정부투자기관들이 검찰과 국정원 등에 수시로 동향보고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 청문회가 이처럼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주요 증인들의 진술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본질적 한계’ 때문.

31일 현직 검사들이 증인으로 출석, 의원들과 불꽃튀는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같은 구조적 한계가 극복되지 않는 한 남은 일정에서도 의혹만 남긴 ‘옷로비의혹사건’ 청문회의 재판이 될 공산이 크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