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서 가장 많은 폭주족들이 모여드는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주말인 29일 자정 무렵부터 100여명의 폭주족이 속속 집결했다.
오전 2시가 넘자 여자들을 뒤에 태운 오토바이들이 20∼30대씩 떼지어 굉음을 내며 공원 일대를 돌기 시작했다. 수십대의 오토바이가 내뿜는 귀청을 찢을듯한 굉음은 도심의 정적을 일순간에 깨뜨렸다.
이들이 내는 속도는 시속 100∼140㎞. 이들이 느끼는 스릴감은 이같은 속도뿐만 아니라 일부러 구멍을 낸 머플러와 별도로 장착한 사이렌의 굉음으로 고조된다. 그런가 하면 행인들이 위협을 느끼는 모습을 볼 때 이들이 느끼는 쾌감은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여의도파 폭주족 한모군(19)은 “오토바이를 모는 동안은 세상이 우리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들이 지나갈 때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에서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밤 대학로 주변의 행인들이 놀라 쳐다보자 일부 폭주족들은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폭주족 경력 5년째인 조모군(21). “폭주의 스릴감을 한번 맛보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마약이나 본드처럼 중독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폭주 습관을 끊기 위해 오토바이를 팔기까지 했지만 결국 다시 거리로 나섰다.
29일 새벽 주유소를 점거하고 난동을 부린 일명 ‘신길동파’ 폭주족 천모군(18)등 10대 16명도 서울 시내 곳곳을 아무런 저지없이 떼지어 돌다가 이날 오전 1시반경 구로동 공단1주유소를 습격했던 것. 이들은 주유소 종업원을 거칠게 위협한 뒤 오토바이에 휘발유를 넣고 도망가려다 긴급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현재 서울시내 폭주족들은 강남과 강북을 통틀어 5개파에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이들의 주행속도와 난폭성이 더해가고 경찰이 사실상 단속을 포기하면서 도심 밤거리의 공포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비웃으며 추적을 따돌리는 데서 오히려 재미와 쾌감을 느끼고 있다.
대학로와 여의도 일대에서 순찰차들을 따돌리던 폭주족들은 현장에서 마주친 취재진에게 “자기들의 관할구역만 넘어서면 경찰이 더이상 추적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단속경찰을 비웃었다.
불법개조 등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이것도 폭주족의 기세를 꺾지는 못한다. 폭주족 강모군(18)은 “그동안 딱지 수십장을 끊었다. 요즘은 아예 딱지 한두장 끊을 각오하고 밤에 나온다”고 말했다.
경찰도 무기력감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 대학로의 한 단속경관은 “우리로서는 폭주족을 따라잡을 능력이 없다. 관할 구역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계도하고 있을 뿐”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경찰이 폭주족을 단속한 실적은 38건에 불과했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최응렬교수는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 단속을 넘어서서 집결장소와 구성원, 예상도주로 등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더불어 일본처럼 폭주족이 마음대로 달릴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해주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