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의 교직생활을 끝내고 31일 명예퇴직한 초등학교 노교장이 20년전 학생들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
서울 상원초등학교 조응현(曺膺鉉·61)전 교장. 그는 31일 5명의 옛제자들을 만나 20년전 학생들이 폐품을 팔아 사둔 주식의 배당금을 나눠줬다. 제자들은 이날 옛스승의 뜻깊은 선물을 받고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조전교장이 제자들을 대신해 주식을 산 것은 77년부터 81년 사이. 그는 당시 담임을 맡았던 서울 숭례 미양 청운 등 3개 초등학교 학생 266명이 폐품을 팔아 모은 푼돈으로 당시 400여만원어치의 주식을 자신의 이름으로 사뒀다.
조전교장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주식투자를 통해 나라 경제에 기여하고 일찌감치 경제교육을 시킨다는 생각에서 주식을 샀다”고 말했다. 제자들의 배당금은 재투자를 통해 20년만에 4000여만원의 목돈으로 불어났다.조전교장은 퇴임을 앞두고 오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옛제자들을 수소문했다. 그 결과 50여명의 제자들과 연락이 닿았고 이 가운데 5명의 제자들이 이날 그를 찾은 것.
170만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 최우석(崔祐碩·34·회사원)씨는 “당시 군고구마 봉투를 만들어 모은 돈을 선생님에게 드렸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조전교장의 제자들은 앞으로 헤어진 동기생들을 찾아 동창회를 조직하고 배당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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