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현대증권회장 곧 소환…주가조작 부당이득혐의

  • 입력 1999년 9월 2일 00시 17분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훈규·李勳圭)는 1일 현대증권 이익치(李益治·55)회장이 현대그룹계열사 자금 2234억원을 동원해 현대전자의 주가를 조작하도록 지시, 현대증권 등 그룹계열사가 5000억원의 이익을 얻도록 한 혐의를 잡고 이회장을 곧 소환해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회장에 대해 증권거래법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현대증권의 요청에 따라 주가조작에 필요한 자금 2100여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현대중공업 김형벽(金炯璧)회장과 현대상선 박세용(朴世勇)회장도 곧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그러나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일가의 개입 혐의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회장에 대해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조치를 내렸으며 이회장 계좌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자금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이회장과 현대중공업 김회장, 현대상선 박회장, 현대전자의 장동국부사장과 강석준전무, 현대중공업 이영기 부사장, 현대증권 노치용이사, 현대상선 박재영이사 등 모두 9명에 대해 출국금지조치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현대증권 박철재(朴喆在·48)상무를 지난달 23일 증권거래법위반(시세조종) 혐의로 구속했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박상무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현대증권 자산운용본부장으로 있으면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 자금 1882억원과 252억원, 그리고 현대전자에서 100억원 등 모두 2234억원을 동원해 현대전자 주식 890여만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등의 방법으로 이 회사 주가를 1만4800원에서 3만1200원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증권은 이 과정에서 지난해 6∼8월 현대전자 주식 320만주를 체결되지도 않을 낮은 가격으로 허위 매수주문을 냄으로써 현대전자 주식에 매입주문이 폭주하는 것처럼 꾸민 혐의도 받고 있다. 현대증권은 또 자신들이 같은 가격으로 매도 주문과 매수 주문을 동시에 내는 방법 등을 통해 현대전자 주식 470만주를 사고 파는 가장(假裝) 또는 통정(通情)매매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박상무로부터 “이회장의 직접 지시로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주가조작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형·정위용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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