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중선거구제]손혁재/의석 나눠먹기용 변질 우려

  • 입력 1999년 9월 2일 18시 2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회의원을 1개 선거구당 1명씩 뽑는 소선거구제를 1개 선거구당 2,3명씩 뽑는 중선거구제로 바꾸겠다고 밝힌 뒤 여야간에 선거구제 개편 논란이 뜨겁다. 중선거구제 옹호론자들은 “지역대결 구도를 완화하고 선거비용 절감을 위해 꼭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역감정 완화보다 정당간의 의석 나눠먹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대론도 거세다.》

중선거구제 찬성론자들은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으면 지역갈등이 완화되고 돈선거가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는 ‘제로섬 게임’이다. 혼탁 과열경쟁은 물론 지역감정이 악화되고 엄청난 돈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모든 국가에서 지역주의와 돈선거가 판을 치고 있는가. 아니다. 수단 방법을 안가리는 당선지상주의와 일단 당선되면 선거과정의 불법과 타락을 눈감아준 관행이 잘못됐던 것이다.

중선거구제는 정당들이 취약지역에서도 의석을 확보할 수 있어 지역정당을 탈피할 수 있다고 한다.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망국적 지역대결 현상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선거구제를 바꾼다고 지역감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각 정당들이 취약지역에서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같은 당 의원들간에 공천경쟁이 치열해져 당내 파벌을 조성하고 확대된 선거구안에서 소지역주의가 나타날 수도 있다.

중선거구제가 돈이 덜 든다는 주장도 증명된 바 없다. 일본이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꾼 것은 돈 때문이었다. 유신과 5공시절의 1구 2인제에서도 엄청난 돈을 썼다.

물론 중선거구제가 선거과열 방지와 사표(死票)를 줄이는 장점은 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나 소수 정치세력의 원내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구도를 보면 소수 세력의 진출 가능성이 높지않다. 과거 1구2인제가 여야의 의석 나눠먹기였던 것처럼 나눠먹기로 변질될 것이다. 현행 비례대표제가 대선거구제의 성격이 있는데 지역구까지 중선거구제로 바꿀 필요는 없다.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려면 무리한 중선거구제 도입보다 후보와 정당에 동시 투표하는 ‘1인 2투표’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투표의 등가성(等價性)도 높아진다. 그래야 다양한 여론을 반영하는 이념정당과 소수 정치세력이 진출할 수 있고 지역편중 현상도 완화될 것이다.

손혁재(한국정당정치연구소 의정평가실장·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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