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수사 검사 일문일답]『주가조작 자백받아』

  • 입력 1999년 9월 2일 19시 25분


현대증권 주가조작 사건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지검 임양운(林梁云)3차장과 이훈규(李勳圭) 특수1부장은 2일 서울지검 기자실에서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 임원이었던 이계안(李啓安)현대자동차 사장을 출국금지시킨 것은 사건 당시 그룹차원의 관여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승낙없이 현대증권이 현대중공업 등으로부터 2200여억원을 동원할 수 있었겠는가.

“이익치회장이라면 가능한 메커니즘이다. 물론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압수수색한 225개 계좌 중 정주영명예회장 일가의 계좌는 없는가.

“정몽혁 현대정유 사장이 현대증권 직원에게 일임한 실명계좌 1개 외에는 정씨 일가나 현대그룹 임원 명의 계좌는 없다. 창업투자사 파이낸스사 종합금융사 등의 90여개 계좌가 주가조작에 사용된 혐의는 확인됐다.”

―검찰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현대증권 직원이 정몽혁사장의 주식 3만3000주를 주가조작을 위해 통정매매했다고 하는데 정사장의 허락없이 가능한 일인가.

“철저히 조사하겠다. 그 계좌는 정사장이 직원에게 일임한 것이고 관련직원은 이번 주가조작에 참여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씨 일가의 개입 여부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다.”

―이익치회장 가족의 예금계좌를 압수수색하는 이유는….

“이회장이 주가조작 이전에 주식을 미리 사놓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가조작사건 수사의 일환일 뿐 개인비리를 수사하는 건 아니다.”

―현대측은 ‘주가조작으로 매매차익을 챙긴 적이 없다’며 반박하고 있는데….

“일고의 가치가 없다. 주가조작 하는 방법을 다 썼고 ‘주가조작을 했다’는 자백도 받았다.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하면서 매매차익을 챙길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분명 평가이익이 났고 많은 계열사들이 반사적 이익을 본 것은 틀림없다.”

―출국금지자 9명 중 잠적한 사람이 있는가.

“이익치회장을 포함, 4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증권전산망의 발달로 금방 들통날 주가조작을 왜 했다고 생각하나.

“(수법이) 매끄럽지 않은 것은 맞다. 그쪽 회사(현대)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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