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통신내역조회 "남용"…올 상반기 9만3181건

  • 입력 1999년 9월 3일 23시 09분


휴대전화 통화에 대한 수사기관의 정보제공 요청이 위험수위를 넘어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들은 통신업체에 정보제공을 요청하면서 수사대상과 범죄명, 가입자와의 연관성, 수사상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명시한 문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이같은 규정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통신비밀 침해 우려▼

이에 따라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시민들의 통신비밀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동아일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올 상반기 유선, 무선, 호출기 등 통신업체에 대한 수사기관의 정보제공 요청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6만1997건보다 50.3% 증가한 9만3181건이었다.

특히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한국통신프리텔 등 이동통신 5개사의 정보제공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23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통 414% 증가▼

업체별로는 한국통신프리텔이 지난해 상반기 3350건에서 올해 1만3869건으로 414.0%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LG텔레콤과 SK텔레콤도 각각 518.7%와 32.9% 증가했다. 한솔PCS와 신세기통신 역시 각각 246.4%와 9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警―檢―國情院순 요청▼

기관별 요청건수는 경찰이 7098건으로가장많았으며 검찰 국정원등이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휴대전화에 대한 수사기관의 정보제공 요청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도청 감청 실태를 지적한 뒤 통신비밀법의 감청 조항이 까다로워진데다 휴대전화 이용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체 “거부 힘들어”▼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들은 “경찰검찰 등 관계자가 신분증을 시하고 정보제공을 요청할 경우 거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특히 문서에 전기통신사업법상 반드시 기재해야 할 내용을 제대로 적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