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공기는 분명히 밝아졌다. 세풍사건의 주역으로 지목된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은 이날 의원직을 내놓아 걸림돌을 없애려는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국민회의나 한나라당 모두 관계복원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여야총재회담 가능성을 내비쳤다. 큰 맥락속에서 본다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만하다. 세풍사건 마무리가 여야 모두에 정치적 부담을 덜어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여권으로서는 정국상황이 복원되면 정치개혁법을 비롯한 각종 개혁입법을 서두를 수 있게 된다. 역설적 측면이지만 지난 1년간 세풍이란 족쇄에 차인 것은 한나라당만이 아니었다. 시도 때도 없이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산적한 국정현안이 방치됐던 점에 비춰본다면 세풍은 여권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그동안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두차례의 총재회담을 가졌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세풍이 존재하는 한 정상적인 파트너십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그동안 여야 간에 쌓인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기본적인 신뢰가 없는데다 세풍수사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수사결과는 야당파괴 기도이며 검찰은 계속해서 야당 흠집내기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해 의구심의 일단을 보여줬다.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여야는 특검제법 인사청문회법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벌써 “현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 결과나 브리핑받는 총재회담이라면 안하겠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이재호기자〉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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