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스님은 또 권씨가 기내에서 갈아입고 귀국할 한복과 고무신도 공개했다. 이 한복은 지난해 11월 작고한 권씨의 모친 박득숙(朴得淑)씨가 아들의 석방에 대비해 만든 것이다.
★모친 지은 한복입고 귀국
○…이날 삼중스님은 권씨가 2,3일 면회 때 밝힌 심경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권씨는 “호강시켜 드리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한번도 지키지 못해 저승에서 무슨 말로 용서를 빌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씨는 “나는 일본이나 일본인 전체와 싸운 게 아니다”며 “약한 사람을 차별하고 인권을 무시하며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개 돼지 취급하는 사람들과 싸웠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금도 내 행위가 나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일본의 폭력배 문제에 대해 “일본 경찰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폭력배가 한국에서는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섹스관광을 하고 귀국후 이를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닌다”며 적개심을 나타냈다.
★한국말 독학으로 배워
○…회견에는 한일 양국기자 50여명이 몰려 삼중스님에게 이것저것을 물었다. 다음은 문답 요지.
―권씨는 어떤 상태인가.
“신경통과 고혈압이 좀 있지만 전체적으로 건강하다. 다만 나이도 있고 해서 체중은 많이 빠졌다. 권씨는 드디어 석방된다는 사실에 약간 흥분해 있다.”
―권씨는 귀국후 어떻게 살 것인가.
“그가 살 아파트와 수기작성 등의 작업을 할 사무실은 마련돼 있다. 여러 기업에서 강연의뢰가 와 강연도 다니고 양로원에서 노후를 보낸 모친을 생각해 양로원을 만들 예정이다. 한국의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불쌍한 소년소녀 가장과 한국내 일본할머니를 돕는 일도 할 것이다. 권씨는 자신이 숨지면 어머니 옆에 묻어달라는 부탁도 했다. 이제부터 그의 삶은 고생한 어린 시절과 수감생활에 이은 ‘제3의 인생’이다.”
―권씨는 귀국후 주로 한국어를 사용하나.
“대부분 한국말을 사용할 것이다. 독학으로 배운 말이라서 완전하지 않지만 고국서는 가급적 한국말을 쓰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