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간의 옥살이에서도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던 그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듯했다.
권씨는 어머니의 영정에 향을 봉정하고 술을 따른 뒤 두차례 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한 ‘어머님에게 드리는 글’을 서투른 우리말로 떠듬떠듬 읽어 내려갔다.
“어머니, 당신이 태어나신 고향에 희로가 왔습니다. 살아계실 때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아무 걱정말고 쉬세요. 제 곁에서 편안히 쉬십시오.” 어렵게 한마디 한마디 이어가는 그의 목소리는 슬픔에 잠겨 떨려 나왔다.
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움직일 줄 모르는 그에게 큰고모 권소선(權小先·87)씨가 다가갔다. “고향에 잘 왔다. 우리 이제 행복하게 살자”는 친척들의 말을 듣고서야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부산〓이현두·조용휘기자〉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