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로씨 귀국]모친 유골 부산 자비사에 안치

  • 입력 1999년 9월 7일 19시 34분


어머니가 생전에 “손을 잡고 같이 가자”던 고국 땅. 그 어머니의 유골을 안고 7일 귀국한 권희로(權禧老·71)씨는 부산 연제구 거제1동 자비사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고국생활을 시작했다. 권씨는 이날 오후 2시경 자비사에 도착, 한복으로 갈아입은 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 박득숙(朴得淑)씨의 유골을 영정앞에 안치하고 무릎을 꿇었다. 권씨가 갈아입은 한복은 어머니가 생전에 지어 놓았던 것.

31년간의 옥살이에서도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던 그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듯했다.

권씨는 어머니의 영정에 향을 봉정하고 술을 따른 뒤 두차례 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한 ‘어머님에게 드리는 글’을 서투른 우리말로 떠듬떠듬 읽어 내려갔다.

“어머니, 당신이 태어나신 고향에 희로가 왔습니다. 살아계실 때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아무 걱정말고 쉬세요. 제 곁에서 편안히 쉬십시오.” 어렵게 한마디 한마디 이어가는 그의 목소리는 슬픔에 잠겨 떨려 나왔다.

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움직일 줄 모르는 그에게 큰고모 권소선(權小先·87)씨가 다가갔다. “고향에 잘 왔다. 우리 이제 행복하게 살자”는 친척들의 말을 듣고서야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부산〓이현두·조용휘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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