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이날 오후 1시38분 박삼중(朴三中)스님 등 일행 4명과 함께 일본항공 957편으로 김해공항에 도착한 권씨는 태극기로 싼 어머니 박득숙(朴得淑)씨의 유해를 안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섰다.
권씨는 오랜 수감생활과 나이 탓인지 상당히 여윈 모습이었으나 시종 밝게 웃으며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어머니가 태어난 고향에 돌아와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어 “지난해 11월에 돌아가신 어머니 덕분에 고향산천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 한국말도 배우며 열심히 살겠다”고 말한 뒤 일행과 함께 부산 연제구 거제동 자비사로 출발.
경찰 특공대와 순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공항을 출발한 권씨 일행의 차량은 경찰이 비워둔 1개 차로를 통해 교통신호를 받지 않고 곧바로 달려 20분 만에 자비사에 도착.
★자비사
○…이날 오후 2시10분경 자비사에 도착한 권씨는 곧장 2층 방으로 가 어머니가 생전에 지어준 모시적삼에 파란색 마고자로 갈아입은 뒤 어머니의 유해를 안고 3층 법당으로 올라갔다.
이에 앞서 권씨의 여동생 풍자(豊子·67)씨를 비롯해 6일 오후 일본에서 온 가족 등과 전남 고흥에서 온 사돈 송경심씨(67·여) 등 20여명의 친인척들은 이날 오전 자비사에 도착했다.
고모 소선(小先·87·부산 사하구 괴정동)씨는 권씨를 끌어안으며 일본어로 “희로야 고모다. 우리 이제 행복하게 살자”고 말했고 권씨도 “예, 고모 우리 이제 같이 살아요”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권씨가 어머니께 드리는 글을 낭독하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권씨는 어머니의 유골봉안식을 마친 뒤 귀국할 때 입었던 회색 양복으로 갈아입고 자비사를 떠나 숙소인 조선비치호텔로 향했다.
이날 유골봉안식과 권씨 부모에 대한 제사에선 ‘살풀이 춤’의 권위자인 김진홍 무용단이 권씨 부모들의 원혼을 달랬다.
★일본 출발
○…귀국에 앞서 권씨가 마지막 밤을 지낸 지바(千葉)형무소의 관계자는 7일 오전 4시50분경 형무소 앞에서 “권씨를 오전 3시50분경 이미 가석방시켰다”고 ‘새벽성명’을 발표.
형무소측은 “권씨가 오전 3시경 일어나 아침을 먹고 법무당국이 읽어준 가석방허가 결정서를 들은 뒤 건강한 모습으로 형무소를 떠났다”고 밝혔다.
○…일본당국은 이날 일본 내에서 만약의 불상사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나리타(成田)공항에서 권씨와 같은 비행기에 타는 승객들에 대해서는 일반검색과 별도로 탑승직전 일일이 다시 특별검색을 실시.
이날 권씨의 귀국행 비행기에는 국내는 물론 일본의 보도진도 대거 탑승해 권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권씨 주변
○…6일 귀국한 권씨의 여동생 풍자씨 등 일행은 당초 부산시내 A호텔에 투숙할 예정이었지만 이 호텔에 ‘일본 야쿠자들이 묵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급히 숙소를 해운대 파라다이스비치호텔로 옮겼다.
이들은 이 호텔 직원들조차도 투숙사실을 모를 정도로 보안에 신경.
○…부산시는 권씨가 희망할 경우 양로원 등 사회복지법인 설립에 필요한 부지 물색은 물론 법인설립과 관련된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시는 13일 권씨가 안상영(安相英)시장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부산시 연제구 거제1동 246번지’(자비사 주소)로 된 주민등록증을 교부할 계획.
○…권씨의 석방과 귀국은 30여년간 소원했던 일가족을 다시 뭉치게 한 계기가 됐다고 친지들은 전언.
권씨의 가족들은 대부분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가케가와시에 살고 있지만권씨가 투옥된 후 주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은데다 가난까지 겹쳐 다소 멀어졌었다는 것.
.〈부산·도쿄〓조용휘·석동빈기자·권순활특파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