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신구속제도 개선
피의자에 대한 인신구속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긴급체포 후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되도록 느슨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긴급체포를 남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돼왔다. 시안은 긴급체포 후 ‘지체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토록 개선했다. 체포영장 청구시한은 물론 종전과 같이 48시간이내다.
앞으로 수사기관이 장기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것으로 판단되는 피의자들을 영장없이 체포하는 현재의 관행도 줄어들 전망이다. 또 검찰과 경찰 등 수사과정에서의 전체 구속기간을 5일간 단축한 것은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조치다.
그러나 시안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경찰에서의 구속기간(5일이내)을 검사의 허가를 얻어 한차례 연장해줄 수 있도록 한 것은 경찰의 반발을 감안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보석 구속적부심 구속집행정지 구속취소 등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석방제도를 통합 운영토록 한 것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석방을 청구하면 법원이 일괄적으로 판단, 석방해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정립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피의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수사과정에서도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토록 했다.
이 밖에 인신보호법을 제정, 정신병원이나 부녀보호소, 행려병자수용소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인신구속을 방지하려는 것도 인권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 재판제도 개선
몇가지 범죄에 국한했던 재정신청사건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은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재정신청이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받아들여지면 공소유지변호사(특별검사)가 임명돼 기소하는 제도. 재정신청대상이 확대되면 검찰의 자의적인 기소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검사제는 도입되기 힘들 전망이다.
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양형조사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것도 법관에 따라 동일한 범죄에 대해서도 형량이 들쭉날쭉한 것을 방지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형량을 통일시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표준양형기준에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아 편차가 심한 양형이 어느 정도까지 조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서장이 청구할 수 있는 즉결심판도 구류 벌금 등 형사처벌의 경우 원칙적으로 검사의 소추에 의해서만 처벌토록 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연간 즉결사범이 100만명을 넘어 밥그릇을 뺏길 가능성이 높은 경찰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수사권독립 논란에 이어 검경간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보호감호 청구요건을 ‘3회 이상 실형, 형기4년 이상’으로 강화함에따라보호감호대상자수도 연간 40%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사개위는 피의자가 자백하는 사건의 경우 법정출석없이 판결하는 ‘무변론 판결제도’와 공적 전산망을 통해 재산을 파악할 수 있는 ‘재산조회제도’를 도입하려는 대법원의 민사소송 개선방안을 적극 지지했다.
▼ 변호사제도 개선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변협의 법률구조활동과 당직변호사제도를 통합해 ‘공익변호인단’을 구성, 운영토록 했다.
지금까지 영세민 등에게 국한돼 있던 법률구조를 중산층으로까지 확대, 30만∼100만원의 저렴한 수수료를 내고 변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변호사단체가 소속변호사에 대한 개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제공토록 하고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변호사가 제공할 법률서비스의 제공범위를 명확히 규정토록 한 것은 변호사업계의 경쟁을 조장하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또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를 금지한 것은 법조비리를 없애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국선변호 대상을 늘리고 영세민들의 경우 소액소송을 제기하면 인지대를 면제해주도록 한 것은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
이 밖에 법률구조의 대상도 현재 국민의 27.3%에서 50%선으로 확대하고 행정 헌법 사건까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무죄확정 피고인에 대해 구금일수에 따른 보상금 외에 변호사비용 등을 보상하는 제도를 신설, 수사기관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로 인한 피해를 보상케 했다.
변호사와 변리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인접 업종간의 제휴를 허용하고 법무법인의 허가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바꿔 대형화 전문화를 유도하려는 것은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최영훈·정위용기자〉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