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수사팀은 8일 저녁까지만 해도 현대증권 이익치(李益治)회장의 구속방침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수사의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고 한시름 놓는 분위기였다.
대검도 마찬가지였다. 대검 간부들은 이날 오후4시부터 두시간 동안 이회장 구속여부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 뒤 6시쯤 7층 검사장실로 복귀했다. 검찰 간부들은 내려오면서 회의가 잘 끝난 듯 밝은 표정이었다.
한 검찰간부는 “이회장을 구속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문제가 가장 큰 논란거리였는데 원칙대로 이회장을 구속하는 게 증시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 어젯밤 9시경 뒤집혀
이같은 소식은 곧 서울지검 수사팀에도 전달됐다.
그러나 밤 9시경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줄곧 수사내용을 브리핑해왔던 임양운(林梁云)서울지검3차장과 수사팀장인 이훈규(李勳圭)서울지검 특수1부장이 임휘윤(任彙潤)서울지검장과 함께 긴장된 표정으로 청사 1층 로비에 나타난 것. 임차장과 이부장은 기자들에게 떼밀리면서 마지못해 기자실로 들어섰다.
이날 저녁까지만 해도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과 농담을 주고 받던 이들은 정반대의 표정이었다. 임차장은 “왜 그러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할말이 없다. 내일 보자”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말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사팀장 반발 퇴청
이부장은 “검찰청사가 조용하지 않다”고 말한 뒤 비장한 표정으로 “실체적 진실은 변함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밖에서 기다리는 임지검장과 함께 서울지검 청사를 떠났다.
이후 검찰간부들은 제삼의 장소에 모여 청와대의 이회장 불구속 방침을 수용할 것인지를 놓고 새벽까지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와 30대 재벌의 회동도 이회장을 불구속해야겠다는 청와대의 방침을 더욱 확고하게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같은 검찰 기류에 대해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청와대는 평온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법무비서실 관계자는 밤늦도록 통화가 되지 않았다.
〈최영훈·이수형기자〉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