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대학가 학생운동권을 주도했던 주사파 핵심조직이 단순한 친북성향이나 이념적 유대수준을 넘어 북한 노동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
북한은 이들을 노동당에 입당시키고 지령수수 교육을 시킨후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민혁당을 운영했다. 이에따라 총책이나 조직책이 아니면 전체규모를 파악하기 힘들게 했으며 정기적으로 조직의 기강에 대한 검열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김영환(金永煥)씨가 주사파 이론에 회의를 느끼며 민족민주혁명단 조직이 와해될 조짐을 보이자 하영옥(河永沃)씨를 통해 새로운 연계망의 구축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조직을 재건하기 위해 파견됐던 남파간첩 진운방(陳運芳)은 임무를 수행하고 북한으로 귀환하던중 군의 경계망에 걸려 사살됐다는 것.
이밖에 이번 사건은 최첨단 인터넷 통신망을 대북연락수단으로 활용하는 ‘사이버간첩’의 성격을 보였다.
하씨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통신인 ‘핫메일’을 통해 북한과 지령수신 및 대북보고를 해왔다는 것.
‘관악산 2호’ 등의 공작명을 부여받고 민족민주혁명당 중앙위원으로 활동한 하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대북보고 6회, 지령수신 5회 등 총 11차례에 걸쳐 ‘E메일’을 주고받으며 북한 대외연락부와 접촉했다. 하씨는 북한과의 E메일 연락을 할 때 주로 시내의 ‘PC방’을 이용, 당국의 추적을 피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