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용산구에 사는 정모씨(72) 등 주민 10명은 6일부터 일주일간 국방부 청사 정문앞에서 집회를 갖겠다고 2일 집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집회 명칭은 ‘소음 및 교통체증 근절 규탄대회’로 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그러나 본사 취재팀이 8일 오전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이 집회의 참가자는 정씨를 포함, 3명에 불과했다. 이들과 집회장소에 함께 있던 20대 청년 7,8명에게 기자가 “주민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하자 처음엔 “인근 주민”이라고 우겼으나 “신분증을 보자”는 요구에 “사실은 사복 입은 현역군인”이라고 털어놓았다.
국방부가 집회장소를 선점, 관제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부터 이곳에서 ‘양심수 군문제 해결모임(양군모)’과 ‘군폭력희생자 유가족협의회’ 등이 벌여온 시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군모’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매일 오전 8시부터 한시간씩 ‘양심수 사회복귀 촉구집회’를 이곳에서 열어 왔으나 6일 이후 집회장소를 이들에게 빼앗겨 이곳에서 50여m 떨어진 곳으로 집회장소를 옮겼다.
정씨 등은 집회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신고했지만 ‘양군모’측이 해산하면 이들도 바로 해산하고 있다.
경찰은 집회 신고경위와 관련, “국방부가 양군모 등의 집회신고를 받지 말아달라고 여러차례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국방부 관계자가 이들을 데려와 신고서를 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잦은 시위로 소음피해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집회”라며 “일부 군인들이 현장에 있었던 것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한편 참여연대 시민권리국 박원석(朴元釋)부장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정부기관이 유치한 방법으로 집회를 가로막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시민단체 차원에서 엄중항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