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파이낸스 수사]개인비리로 슬그머니 '봉합'

  • 입력 1999년 9월 12일 23시 42분


검찰 수사로 드러난 삼부파이낸스 양재혁(梁在爀)회장의 비리는 금융감독의 사각(死角)지대에 있는 파이낸스 회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파이낸스는 상법상 일반 회사 형태로 설립되기 때문에 금융감독기관의 감독을 받지 않는데다 자체 감시기관도 제대로 없기 때문에 자금 조달과 운용 내용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3년간 249억 ‘개인잇속’

양회장은 이 점을 이용, 고객이 맡긴 돈을 물 쓰듯 빼내 제멋대로 회사를 세우거나 늘리는데 사용했으며 개인생활비와 비리 합의금 등으로 쓰기도 했다.

양회장의 수법은 고수익률 보장을 미끼로 끌어들인 고객 돈을 이중으로 관리하는 것이었다. 그는 매월 20억원 정도의 투자금을 회사에 입급하지 않은 채 자신의 비자금 계좌에 넣었다.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은 철저히 양회장 자신의 잇속을 채우는데 쓰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양회장은 97년 1월부터 2년9개월 동안 250여 차례에 걸쳐 투자금 249억원을 개인활동비나 생활비 명목으로 써버렸다. 검찰 관계자는 “양회장 자신이 고용한 비서나 측근들의 숫자가 많아 대부분 인건비로 지출됐고 일부는 방탕한 사생활에도 사용한 흔적이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매입 86억3600만원

또 6개 부동산을 자신이나 동생 등 명의로 매입하면서 86억3600만원을 썼다.

양회장은 미스부산 출신의 여성과 결혼을 약속, 동거해오던 중 또다른 미스부산 출신과 사귀는 사실이 드러나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당할 위기에 처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파이낸스 고객의 투자금 4억5000만원을 지급했다고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밝혔다.

그는 또 고객 투자금 457억원을 한결파이낸스 등 5개 계열사 설립 및 증자에 사용했는데 이 회사들은 말이 계열사지 양회장 개인회사나 다름없다고 검찰은 말했다.

★“일일이 조사할 수 없다”

한편 검찰은 삼부파이낸스에 대한 수사를 ‘대충’ 덮으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 ‘거액 외화유출,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의혹’ 등 엄청난 혐의를 포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치권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부산지역 여론이 악화하자 검찰은 양회장의 비자금 가운데 정치적으로 부담이 없는 개인적인 부분만 발표하고 나머지 비자금 사용처는 “일일이 조사할 수 없다”며 더 밝히지 않았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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