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실 안전불감 위험수위…서울대 올2월 사례조사

  • 입력 1999년 9월 18일 19시 04분


“실험실 안전대책이 이 상태로 가다가는 언제 대형사고가 터질지 모릅니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4월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학 실험실의 안전사고 가능성도 결코 산업현장에 못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에 무신경한 학생들과 교수들, 대학당국의 태도를 한탄했다.

그 뒤 5개월여가 흐른 18일. 서울대 공대 원자핵공학과 실험실이 폭발, 4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였다. 이리저리 뒤엉킨 전기선 사이에서 재래식 다이너마이트를 대체할 새로운 폭발물을 제조하다니….

원인모를 스파크로 폭발이 일어났다고 추정되고 있지만 평소 학생들이 실험하면서 담배를 피웠다는 진술도 있어 실험실 안전불감증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임이 분명하다.

실제 이 대학이 올해 2월 대학원생 370명을 상대로 실험실 사고목격사례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60%가 실험실 안전사고를 목격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줬다. 특히 사고는 위험물질을 많이 취급하는 공대 자연대 의대 약대에 80% 이상 집중됐다.

이같은 위협요인에도 학생과 교수, 대학당국의 안전대책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의대의 한 교수는 “대학원 연구생들이 실험실에서 위험물질이 담긴 컵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가 종종 있다”며 “발견 즉시 강하게 질책하지만 체계적인 안전교육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조사에서 안전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전체의 40%에 달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방학을 이용, 자발적으로 수강을 신청한 학생만을 대상으로 나흘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선진국 대학들은 안전교육 미필자에 대해 실험실 출입을 금지시키는 것은 물론 불시에 안전점검을 실시, 안전수칙 위반이 몇차례 확인되면 실험실을 몇년간 혹은 완전히 폐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는 교육미필자에 대한 실험실 사용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물론 대학 내에서 얼마나 많은 안전사고가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공대의 또다른 교수는 “실험실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쉬쉬’하며 덮으려고만 한다”며 “대형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유독물질이 실험실에 수없이 많은데도 이에 대한 안전의식은 형편없었던 게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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