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한가위귀향]노숙자 출신 조원철씨

  • 입력 1999년 9월 19일 19시 57분


몇번씩 마음을 다잡은 끝에 이번 추석에 고향을 찾아가기로 한 조원철(趙源哲·37)씨.

비록 어렵게 결정했지만 2년만에 다시 찾아가는 추석 귀향길이어서 추석을 앞둔 조씨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설레고 있다.

7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 동대문에 있는 한 봉제공장에 취업한 조씨. 그러나 지난해 1월 IMF라는 태풍을 맞고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

독신으로 살고 있던 조씨는 이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월세로 살던 방값마저 낼 수 없게 되자 결국 서울역 노숙자로 전락했다.

서울역 종교단체 사회단체들이 운영하는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던 조씨는 지난해 9월 사랑의 전화가 운영하는 노숙자 숙소인 게스트하우스에 입소했다.

이때부터 낮에는 공공봉사를 하고 밤에는 남가좌동에 있는 봉제공장 등지에서 무보수로 일하며 또 한번의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얻어 조씨는 올 7월 무보수로 일하던 한 봉제공장에 정식직원으로 취업했다.

공공봉사때부터 모아 온 돈에 월급을 합쳐 지난 달 250만원이 예금된 통장까지 손에 쥔 조씨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충남 홍성군에 살고 있는 어머니 신희섭(申姬燮·75)씨였다.

실업자가 된 뒤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어 스스로 연락을 끊어 버린 어머니를 올 추석에는 선물을 들고 찾아갈 작정이다.

▼통장에 250만원 적립▼

조씨는 “아직도 변변치는 못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지난해 밑바닥까지 떨어졌을 때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비록 대단한 선물은 못사더라도 어머니를 찾가 뵙기로 생각을 바꿨다.

다시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는 조씨는 “이번에 내려가면 어머니에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리겠다”며 “2년만에 어머니 곁에서 푹 쉴 생각을 하니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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