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배-급수관서 '손상 대장균' 검출

  • 입력 1999년 9월 19일 19시 57분


환경조건에 따라 유독성 대장균으로 재생장할 수 있는 ‘손상(損傷)대장균’이 일반 수돗물에서 검출된 사실이 밝혀졌다고 국민회의 이윤수(李允洙)의원이 19일 발표했다.

이의원은 환경부와 수자원공사가 95년부터 98년까지 서울의 광암정수장과 영등포정수장의 배 급수 관로를 대상으로 수돗물 오염원을 조사한 결과 조사지점에 따라 수돗물 250㎖당 최대 42CFU(미생물 1개체마다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키운 집락 단위)까지 손상대장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의원은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로부터 입수한 ‘수돗물의 2차오염 방지기술’이라는 보고서에 이같은 사실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는 수돗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최초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의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광암정수장 배급수 관로에서는 250㎖당 평균 3CFU, 영등포정수장에서는 2CFU의 손상대장균이 검출됐으며 특히 광암정수장 관로의 한 아파트단지 물탱크에서는 42CFU까지 손상대장균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의원은 “문제는 손상대장균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과 많은 국민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라며 “손상대장균에 대한 전면조사와 피해사실 전파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손상대장균의 위험성 등과 관련해 이 보고서는 “수도관에서 아주 높은 농도의 잔류염소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장균이 생존한다는 보고도 있다”며 “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이 배 급수관 망을 통해 관말지점으로 공급되면서 세균의 증가현상인 세균재생장에 관한 보고가 다수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손상을 받은 후 병원성 세균의 독성이 일시적으로 감소하거나 상실하지만 적절한 조건하에서는 손상으로부터 회복돼 독성을 완전히 갖게 된다”(미국 몬태나대 아자이브 싱교수)는 등의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고 이의원은 주장했다.

한편 서울대 미생물학과 김상종(金相鍾)교수는 “염소로 소독해도 죽지않은 손상대장균이 발견됐다는 것은 수돗물이 제대로 소독되지 않는다는 뜻”이라면서 “아파트 단지 물탱크에서는 발견됐지만 정수장의 배급수관로에서 발견됐다고 공식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전국적으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세균성이질 식중독 등 수인성(水因性)질환이 수돗물 때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먹는물 수질기준’에 손상대장균에 대해서는 기준이 없는 상태다.

〈윤승모·이성주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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