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교수임용 비리]학연…지연…못믿을 '지성'

  • 입력 1999년 9월 20일 18시 43분


교육부는 14일 서울대가 연구실적 하순위자를 교수로 채용하고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를 편법으로 임용했다고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대 교수들이 감사가 형식적이라고 반박하면서 교수 임용비리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95년이후 160건 공개▼

★실태

‘지성의 상징’이라는 서울대마저 공정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교수 임용비리는 심각한 수준이다.

95년 이후 언론에 공개된 비리만도 160여건이나 될 정도다.

80여개 대학 500여명의 교수가 참여한 ‘교수 공정임용을 위한 모임’이 96년 8월 교수 2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5% 이상이 ‘교수 임용이 불공정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북대 교수협의회의 자체 조사에서도 70% 이상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교수임용 비리의 유형은 △총 학장이나 이사장의 전횡 △교수들의 담합과 파벌주의 △부당한 재임용 인사조치 △금품수수 △가짜 학위나 대리 논문 △정재계 유력인사의 청탁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규모 대학은 본교 출신 교수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이들 대학에서 비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제(師弟)가 함께 근무하면 학문의 발전을 가로막는 파벌주의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

▼파벌주의 형성 가능성▼

교수 임용비리는 잘못 채용된 교수들이 가르치는 학생이 직접적인 피해자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또 총 학장이나 이사장의 전횡에 의해 채용된 교수는 이들의 비리에 협조하거나 방관할 가능성이 있다.

우수한 인력이 불공정한 경쟁 때문에 탈락해 ‘고학력 실업자’대열에 합류하는 것도 불행한 일이다.

현행 교수임용 제도와 관행이 지속되는 한 이같은 불행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책

투명한 과정을 거쳐 실력있는 교수를 채용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지만 대학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전남대, 건국대 등은 공개 강의 등을 통해 교수의 자질을 평가하고 있다.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공정한 교수 임용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지닌 합리성 △심사결과를 공개하고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는 투명성 △해당학과 교수들의 권한과 추천을 존중하는 민주성 △대학교수의 책임감 있는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교육부는 최근 교육공무원법 임용령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은 교수를 임용할 때 ‘기초심사(전공과 모집분야의 적합성 심사)―전공심사(연구실적 교육능력 토론 공개강의 등)―면접심사’의 3단계를 거치고 심사위원을 관련 분야 전공자로 한정하며 본교 출신을 3분의2 이상 임용할 수 없도록 했다.

교육부는 심사단계별 제도를 대학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고려대 김충배(金忠培)교수는 “교수의 양심과 도덕성을 믿기보다 현실을 교정할 수 있는 엄격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수임용 비리에 대해 재심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고 공개 강의나 세미나 등 공개적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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