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위관계자는 20일 “보광그룹 세무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1071개 차명계좌에 대한 추적조사를 거의 하지 못했으며 검찰에서 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홍씨에게 흘러들어간 자금이 더 드러나면 그만큼 세금추징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개 계좌를 추적하는데 짧게는 하루 이틀에서 길게는 한달정도 걸리는 것이 보통”이라며 “홍씨 관련계좌를 추적하려면 최소한 몇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무조사 과정에서 발견되는 차명계좌는 탈루소득을 파악하기 위해 모두 추적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하지만 세무조사기간이 길어지면 해당 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돼 계좌추적 노하우가 있는 검찰에 맡겼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보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홍씨 가족명의의 계좌 432개, 보광그룹 임직원 및 그 가족들 명의의 계좌 639개 등 모두 1071개의 차명계좌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세청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주식변동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홍씨에게 흘러들어가 보광계열사의 주식을 인수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세금추징이 가능했다”며 “그러나 이 자금은 1000여개 차명계좌중 극히 일부 계좌에서 빠져나온 돈”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검찰의 계좌추적 과정에서 홍씨에게 흘러들어간 자금이 추가로 발견될 경우 당연히 세금을 추징하게 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
특히 그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계좌추적까지 제대로 한 다음 조사결과의 발표여부를 결정하게 되나 이번 경우 명백한 조세포탈 행위가 엉뚱하게 포장되어 진상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 서둘러 조세포탈행위의 진상을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관계자가 밝힌 보광세무조사의 뒷 얘기. 문제의 차명계좌들은 보광그룹에 있는 홍석현회장실 벽금고에서 발견된 통장내용을 확인, 찾아냈다.
특별세무조사가 시작된 6월29일 당시 ㈜보광 본사에 투입된 서울청 조사요원 20여명이 회사금고를 열려 하자 보광 직원 40여명이 금고를 가로막고 “경리 담당 책임자가 미국 출장 중이어서 열어줄 수 없다”며 금고 개봉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이같은 실랑이는 52시간 동안 계속됐고 국세청 요원들의 거듭된 설득과 압력에 버티다 못한 보광측은 결국 이틀이 지난 7월1일 오후 6시경이 돼서야 금고문을 여는데 동의했다. 국세청 조사요원들은 보광에 들이닥친 다음 쓰레기통까지 뒤졌으며 이렇게 해서 압수한 장부와 통장 및 각종서류가 무려 100상자나 됐다고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홍석현씨 관련 기밀문건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막상 1000여개가 넘는 차명계좌와 도장 주민등록증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조사요원들조차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