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반납 공단의 한가위]"땀흘리는 추석 신나요"

  • 입력 1999년 9월 22일 17시 43분


“가족과 함께 추석연휴를 지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회사가 바쁘다면 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수원 전자단지 내 전자부품제조업체인 ㈜필코전자. 추석연휴 하루 전인 22일에도 이 회사 전 임직원들은 추석 연휴를 자진 반납한 채 제품 생산에 열중했다.

10년간 이 회사에 근무한 김광택씨(38)는 “우리회사 사훈은 ‘5대5’입니다. 이익이 나면 사주나 직원들 모두 똑같이 절반씩 나눈다는 뜻이죠”라며 환하게 웃는다.

★"IMF 생각하면…"

추석 당일조차 쉬지 않고 24시간 3교대 특근체제로 공장을 풀가동하는 이 회사 직원들은 “일감이 없어 쉴 수밖에 없었던 작년 추석이나 IMF한파로 회사를 떠난 사우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올해 추석은 기쁜 명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천 남동공단의 인쇄회로기판(PCB)생산업체 ㈜하이테크교덴의 임직원 80%도 자진해서 추석연휴에 특근을 신청했다.

한 생산직 직원은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며 “IMF한파를 통해 회사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직원 80% 특근 신청

이 회사 양권배제조담당이사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추석연휴에 특근을 신청할 줄은 몰랐다”며 “추석상여금 100%와 특근수당 외에 수당을 더 얹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AV제품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경기 성남 제2공단의 ㈜아비코(대표 이종만·45). 90년대초 노사분규로 한때 어려움을 겪은 이 회사 임직원 140명도 연휴기간에 평상시처럼 출근할 예정.

★주문대기 바쁜 손길

이영복이사는 “작년에는 일감이 없어 개점휴업을 방불케 했는데 올해는 생산라인을 풀가동해도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주문이 밀려 있다”며 “직원들이 3월 이후 휴일을 거의 쉬지 못했는데도 사기는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올해도 추석보너스 50%와 특근수당밖에 주지 못했지만 연말에는 특별상여금을 지급할 예정.

반도체특수를 누리는 업체들도 대부분 연휴기간중 정상조업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반도체 및 LCD 라인과 LG필립스LCD 등은 연휴기간 내내 24시간 풀가동할 예정. 아남반도체도 추석당일인 24일만 휴무한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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