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사실은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김문수(金文洙·한나라당)의원이 30일 노동부 국감에서 지난해 노사분규가 발생했던 현대자동차와 만도기계의 노조간부 및 노조사무실 전화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허가서(감청영장)와 감청내용을 기록한 감청일지를 공개함으로써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현대자동차 노사분규와 관련, 폭력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를 검거하기 위해 휴대전화발신지 추적용 긴급감청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8월부터 3개월 동안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실 등 19개 노조전화에 대한 감청영장을 발부받아 감청을 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당국은 감청대상에 피의자의 자택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형제자매와 처가까지 포함시켰다는 것.
또 이날 공개된 이모씨 등 2명의 노조간부 집전화에 대한 감청내용을 상세히 기록한 감청일지에 따르면 “집 앞에 사복경찰이 쫙 깔려서 염탐 중이다”“우유값을 줘서 돈이 없다. 순대를 사가지고 집에 들어오라”는 등의 대화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또 전화를 받지 않았을 경우에는 시간대별로 ‘전화벨이 울렸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음’ 등으로 기록돼 있었다.
김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대상범죄를 유괴, 강도, 체포 및 감금의 죄 등 강력범죄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도 경찰이 노조사건에 대해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감청영장을 발부받은 것은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경찰은 노조간부들에 대한 감청영장을 발부받을 때 영장신청 이유를 ‘체포 및 감금의 죄’로 해놓고는 이들을 실제로 구속할 때에는 대부분 감청대상 범죄가 아닌 ‘업무방해죄’로 구속했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