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수질문제]깊어만 가는 '새만금호 수렁'

  • 입력 1999년 10월 4일 18시 38분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나 되는 1억2000여만평의 간척지를 만드는 새만금 간척종합개발사업을 농림부안대로 시행할 경우 새만금호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고 새만금호는 제2의 시화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의원은 4일 국정감사에서 환경부에서 입수한 자료를 인용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농림부 등에 추가대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막대한 돈을 추가로 쏟아붓고 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는 등 시행에 문제가 많아 새만금호 사업은 또 다시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새만금호 사업

전북 군산과 부안을 세계 최대의 방조제(33㎞)로 연결, 대규모 간척지를 확보한다는 새만금사업은 91년 노태우(盧泰愚)정부 시절 국책사업으로 착공됐다. 농림부는 2조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입, 2003년까지 물막이 공사를 끝내고 2011년부터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화호가 문제가 된 뒤 98년부터 수질문제가 부각되면서 환경단체들이 사업 백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도 “수질대책을 마련한 뒤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현재 환경부가 농림부 등이 내놓은 수질대책안을 검증하고 있다.

▼환경부의 딜레마

환경부는 기본적으로 시화호나 새만금호 등 대규모 간척사업의 태동배경부터 문제가 많다는 입장. 지도를 바꾸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환경에 대한 기초조사도 없이 정치권에서 대선을 앞두고 한탕주의로 진행돼서는 곤란하다는 것. ‘죽음의 호수’가 돼버린 시화호가 즉흥적으로 진행된 간척사업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농림부안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으로 검증한 결과 새만금호 상류에 축산밀도가 높아 농림부안대로 시행하다가는 새만금호의 부영양화가 계속돼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이미 8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어민들에 대한 보상을 끝내고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57% 완료된 새만금호사업을 백지화하기는 어렵다는데 환경부의 고민이 있다.

결국 환경부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새만금호 유역주변의 농민들이 사용하는 비료사용량을 강제로 30% 이상 줄이고 △간척지에 공업단지나 도시용지 사용을 불허하고 △국고의 추가적 지원 등이 시행돼야 한다는 내용의 강력한 보완책을 권고할 방침.

문제는 환경부 스스로 ‘보완책이 이론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

▼농림부와 환경단체입장

농림부와 전북도 농어촌진흥공사는 환경부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30%인 우리나라가 간척을 통해 농경지를 늘려가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환경부도 잘 알고 있는데 ‘시화호 쇼크’ 때문에 새만금호사업에 비협조적이라는 것.

농림부는 새만금호는 시화호에 비해 유입수량이 3.8배나 많고 유입된 물이 담수호에 머무는 날이 시화호의 절반에 불과해 별다른 어려움없이 수질관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업단지 조성문제를 놓고는 농림부와 전북도가 상반된 입장. 농림부는 환경부안을 수긍하고 있지만 전북도는 “새만금호사업을 통해 전북도의 소득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주민들이 갖고 있는 만큼 공단조성을 꼭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이미 8000억원을 투입했더라도 사업시행 후 겪을 폐해를 생각한다면 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이 낫다”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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