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386세대 '자화상']"타세대比 비판의식 강해"

  • 입력 1999년 10월 4일 18시 38분


‘최루탄’과 ‘돌’로 점철된 80년대의 서울대에서 공부했던 ‘386세대’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서울대출신 386세대에 대한 종합 실태조사(동아일보 3월19일자 A22면 참조)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상진(韓相震·서울대사회학과교수)원장이 81∼89년 자신의 교양강좌 ‘사회학개론’을 수강한 당시 1,2학년 학생 650명(인문 사회 공대 의치대 등)을 6개월 동안 추적한 결과다.

조사에서 이들은 20대의 개인주의, 40∼50대의 보수주의와 구별되는 강한 사회비판의식과 소외계층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스로를 ‘의식과잉의 세대’로 여기는 측면도 있었다.

▽학창시절〓80년대 학생들은 전공공부에는 다소 소홀했지만(60%) 이념공부는 열심히(51%) 했다. 영어 등 외국어와 취미활동 동아리는 텅비었던 반면 학생운동의 한 축이던 학술동아리의 문을 두드린 학생은 절반이 넘었다.

이들은 학생 때 서명운동(83%)과 학내시위(57%) 가두시위(39%) 농촌활동(43%) 등에 참여했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공장에 위장취업해 노동자의 삶을 체험한 이들도 10명중 1명에 가까웠다.

▽자화상〓암울한 시대상황을 반영하듯 조사대상의 36.1%는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87년 6월항쟁을, 32.4%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꼽았다. 이에 따라 다른 세대에 비해 스스로 ‘의식과잉’이라는 의견이 75.8%에 이르렀다.

반면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응답이 10명 중 6명꼴이어서 기성세대의 면모를 보였으나 63.7%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무엇보다 중요시했다.

한편 이들 중 45%는 석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월 평균소득은 200만∼300만원이 51%였다. 300만원 이상 고소득자도 20%나 됐다.

▽사회의식〓조사대상자들 가운데 90.9%는 자신이 다른 세대에 비해 비판의식이 강하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또 자원봉사활동(11%) 시민운동(8.2%) 환경운동(6.2%)은 물론 서명운동(65%) 시위(14%) 파업(13%)에 다른 세대에 비해 참여율이 크게 높았다.

또 73.8%가 장애인 빈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부채의식’이 있었고 90% 이상이 환경세에 찬성하는 등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진단〓386세대는 40대, 20대와는 의식과 행태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였다. 물질적 풍요 속에 보수적인 40, 50대에 비해 이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됐지만 보수적이지 않았다. 정보화의 물결 속에 개인주의로 흐르는 20대에 비해 이들은 사회에 ‘비판적 관심’을 나타냈다.

한원장은 “이들 386세대는 변화를 주도하는 힘을 갖고 있다”며 “소외계층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자기성찰 등이 이 세대의 주요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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