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사장, 검찰에 선처요청 여부]청와대-검찰 설명 달라

  • 입력 1999년 10월 4일 19시 22분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장직 사퇴와 경영진 교체 등을 조건으로 선처를 요청했는지에 대한 청와대와 검찰의 설명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홍사장이 사장직 사퇴 등을 조건으로 잘 봐달라는 요청을 여러 채널을 통해 했다”고 밝혔다.

‘홍사장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직접 선처를 요청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 본인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얘기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종왕(李鍾旺)대검 수사기획관은 3일 밤 “홍사장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렇게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4일자 1면에 ‘검찰 관계자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는 기사를 이수사기획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수사기획관은 그러나 중앙일보 4일자 가판(3일 오후7시경 서울시내 주요기관 등에 배포되는 한정판)에 실린 관련기사를 보고 일부 내용을 고쳐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홍사장이 수사검사에게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는 뜻으로 상식선에서 부인한 것인데 마치 청와대측을 공격하고 나선 것처럼 보도내용이 왜곡돼 바로 고쳐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아침 배달판에는 부분적으로 수정됐다.

그러나 박수석은 4일 브리핑때도 “(중앙일보 보도와 관련해)오늘 검찰에서 별도로 얘기를 할 것”이라면서 “협상 제의는 검찰에서 들은 것이 아니라 내가 개인적으로 들은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이수사기획관은 “검찰에서 홍사장은 결코 그런 제의를 하지 않았다”고 다시 한번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적인 개념과 장소적인 개념에 혼동이 있을 수 있다”고 혼선의 배경을 풀이했다.

즉 홍사장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며 수사검사에게 그런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수사받는 시점’에 검찰 밖의 다른 곳에서 홍사장의 의중을 측근 등이 여러 채널을 통해 전달했을 가능성은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박수석의 말은 ‘검찰조사 과정에서’ ‘검찰에’ 홍사장이 선처를 요청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나 검찰은 ‘검찰조사 시점에’ ‘검찰 밖에서’ 그런 말이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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