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의 구속이 언론탄압인가의 여부와 청와대의 중앙일보 보도 및 인사개입 여부가 논쟁의 핵심이었다. 다음은 의원들의 발언 요지.
▽박종웅(朴鍾雄·한나라당)의원〓중앙일보 사태와 관련, 여야와 시민단체가 제각기 입장을 달리하면서 논란을 벌이고 있으나 정부의 언론간섭과 탄압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박지원장관은 그동안 언론사에 압력을 넣어오다 6월 중순 중앙일보 간부에게 “앞으로 기사 관련 부탁이나 연락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으며 며칠 뒤 국세청이 전격적으로 보광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 것 아닌가.
▽최재승(崔在昇·국민회의)의원〓중앙일보는 (사주의 조세포탈에 대해)먼저 사과해야 한다. 그동안 권력을 추종하다 사장이 구속됐다고 연일 ‘보복지면’을 제작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인가. 유신정권 때의 동아일보 광고탄압이 언론탄압인지,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언론사 사장의 구속이 언론탄압인지 장관의 견해를 밝혀달라. 94년 한화그룹 김승연(金昇淵)회장이 외화밀반출혐의로 구속됐다. 이 때 경향신문이 언론탄압이라고 대서특필했는가. 중앙일보가 홍사장 구속은 ‘97년 대선 때 이회창(李會昌)후보를 지지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자인하며 국제언론인협회(IPI)에 서한을 보낸 것은 사대주의 아닌가.
▽이훈평(李訓平·국민회의)의원〓과거 박정희(朴正熙)정권의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태 때는 당시 중앙정보부가 편집을 방해하고 광고주를 협박했지만 동아일보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전세계와 국민으로부터 지원받아 언론자유의 금자탑을 세웠다. 중앙일보에 대한 언론탄압이 있었다면 그때 항의해야지 이제와서 ‘탄압에 굴복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느냐. 이런 시대가 있을 수 있고 이런 신문을 애독할 수 있을 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강용식(康容植·한나라당)의원〓청와대 공보수석이 “(중앙일보가)협상을 제의해왔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이것은 중앙일보에 대한 탄압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홍사장이 “내가 그만 둘 테니 중앙일보를 살려달라”고 말한 것 아니냐. 대통령이 즉각 사과하고 공보수석을 해임해야 한다. 장관도 물러나야 한다.
▽정상구(鄭相九·자민련)의원〓중앙일보 이외의 언론과 국민은 ‘중앙일보 문제’를 언론 길들이기가 아닌 보광의 탈세사건으로 보도하고 있다.
▽박장관〓저도 평소에 존경하고 가깝게 지내던 홍사장이 보광그룹 사건으로 구속 수감돼 개인적으로 애석하고 언론주무장관으로서 유감으로 생각한다. 10월2일 아침에 일어나서 (중앙일보 보도를 보고) 한마디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작년 3월9일 내가 물컵을 깨며 협박을 했다고 하는데 그 때는 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15일 전후가 되는 날이다.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8,9년 간 실질적 대변인역할을 하면서 언론인과 많은 접촉을 가져왔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단체나 공공기관이나 자기 주장을 충분히 설명해 좋은 방향으로 보도되기를 원한다. 언론에서 우리 주장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면 우리로서는 해명도 한다. 또 우리의 주장을 왜곡 보도하면 항의를 하기도 한다. 이를 언론간섭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과거 역대정권은 언론탄압을 했다. 그러나 지금 중앙일보의 보도태도를 보면 언론이 정권탄압을 하고 있다. 당시 우리는 중앙일보와 가까워지려고 많은 설명을 했다. 사실 중앙일보가 IPI에 보낸 서한에는 97년 대선 당시 중앙일보 사장겸 발행인인 홍사장이 이회창후보를 지지했다는 대목이 있다. 이는 언론으로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다. 공정보도하지 않은 것을 IPI에 스스로 얘기한 것이다.
▽길승흠(吉昇欽·국민회의)의원〓김영삼(金泳三)정부 때는 이원종(李源宗)청와대정무수석이나 오인환(吳隣煥)공보처장관, 그리고 여기 계시는 이경재(李敬在)의원(당시 공보처차관)이 전화 한 통화면 언론을 움직일 수 있었지만 김대중(金大中)정부에서는 정부의 발표사항도 언론에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국정홍보처까지 만든 것 아니냐.
▽박성범(朴成範·한나라당)의원〓중앙일보 주장이 사실이라면 언론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장관은 97년 3월 9일 중앙일보를 찾아가 “이젠 야당이 아니라 집권당인데 (중앙일보 보도가)섭섭하다”고 한 사실이 있느냐.
▽박장관〓사실이 아니다. 그 때는 분위기가 좋았다.
▽박성범의원〓중앙일보 간부를 만나 “앞으로 기사관련 부탁은 일절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느냐.
▼민주화투쟁 모독
▽박장관〓중앙일보 고위간부를 만나 그 간부의 신상문제를 얘기하다 “중앙일보와 잘 지냈으면 좋겠다. 저는 이제 청와대 공보수석을 떠나서 제가 언론을 직접 상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적은 있다.
▽박성범의원〓지난 7월 보광 세무조사건과 관련, 중앙일보측에 “김대통령이 미국 방문에서 돌아오면 책임지고 조용히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한 적 있나.
▽박장관〓그런 적 없다. 중앙일보측이 선처를 부탁하기에 제가 나설 입장이 아니라고 말했다.
▽신기남(辛基南·국민회의)의원〓홍사장 구속을 언론탄압이라고 한다면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의 민주화투쟁을 모독하는 행위다. 93년 12월 경향신문 소유주인 한화그룹 김승연회장이 구속됐을 때 당시 야당대변인이던 박장관은 “이는 개혁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은 홍사장 구속을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진출(林鎭出·한나라당)의원〓중앙일보가 이회창후보를 도왔다는 사실이 있다고 했는데 장관은 이번 사태가 이회창총재에 대한 보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
▽박성범의원〓중앙일보가 IPI에 보낸 서한에서 이회창후보를 지지했다고 해서 장관이 선거법 위반 운운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중앙일보가 사실을 왜곡해 어느 편을 들었다면 선거법 위반이겠지만 개인기업이 논조를 통해 어느 편을 들어주는 것은 실정법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편지내용 틀린점 많아
▽박종웅의원〓중앙일보로서는 IPI에 그같은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것 아니냐.
▽박장관〓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편지에는 사실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중앙일보가 IPI에 보낸 서신에서 중앙일보가 지난 대선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현행 선거법상 언론은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한나라당도 요즘 방송보도 내용에 불만을 품고 항의방문을 하고 있다. 이것을 두고 언론탄압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동아일보 광고사태가 있었다. 이런 것들이 언론탄압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대중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것은 사실이다. 중앙일보는 IPI에 보내는 서신에서도 스스로 이 점을 인정했다. 그런데 우리는 정권교체 이후 IMF극복을 위해 언론의 협조가 필요했고, 중앙일보에도 이를 위해 적극 도와달라고 얘기했다. 사실 초반에 중앙일보는 여권과도 상당히 좋은 관계였다.
▼초반엔 관계 좋아
그러나 기자협회보에 당시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대선에서) 40% 지지 밖에 얻지 못했고 나머지 60%가 반대한만큼 (중앙일보는) 그 반대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가지고 나가야(신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중앙일보측에서 이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는 유감의 뜻을 표시했으나 나는 오히려 “편집국장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응답했다.
그런데 모 지방지 발행인이 나를 다른 일로 5분 정도 만난 뒤 홍사장을 만나서 “박공보수석을 방금 만나고 왔다. 중앙일보가 인사에 있어서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 뒤 홍사장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일개 지방지 발행인을 만나서 중앙일보 인사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그래서 내가 그 발행인을 만나서 “왜 하지도 않은 얘기를 전하느냐”고 항의했더니 그 사람은 또 이를 부정하더라. 그래서 내가 홍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3자 대면’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나중에 홍사장이 “지방지 발행인을 만나서 박수석이 그같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물마시다가 컵 놓쳐
▽강용식의원〓장관은 지난해 3월9일 중앙일보 사장실에서 물컵을 던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탁하고 쳤더니 억하고 사망했다’고 해명한 박종철군 고문사건이 떠오른다.
▽박장관〓그렇지 않다. 그날(3월9일) 친지들과 술자리를 하고 있는데 홍석현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래서 내가 “다음에 만나자”고 했더니 홍사장이 “늦게라도 만나자”고 했다. 이에 “밤 11시쯤 끝난다”고 했더니 “그때라도 만나자”고 하더라. 그러면서 홍사장은 “그러면 내가 함께 있는 금창태, 한남규씨 등 중앙일보 간부들과 같이 나가겠다”고 했다. 이에 나는 “그럴 필요없다. 내가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가게 된 것이고 정부의 공보담당자로서 협조를 구한 것이다. 그날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 그 때 내가 술을 마시고 갔기 때문에 갈증이 나서 물을 한잔 더 마셨다. 그런데 물을 마시면서 돌아서다가 서있는 상태에서 컵을 놓쳤다. 중앙일보 보도는 내가 바닥에 컵을 던졌다고 하는데 컵은 탁자 위에 떨어졌다. 바닥이 카펫인데 바닥에 던졌다면 컵이 깨질 리가 없다. 내 기억에는 컵이 깨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보도에 따르면 나와서 내가 ‘큰 절을 올렸다’는데 그런 기억이 없다.
▼상임위서 진상조사해야
▽강용식의원〓이번 사건은 홍사장의 개인적인 문제, 이 문제와 언론탄압의 관련성, 장관을 필두로 하는 일련의 언론탄압 요구 등 세가지가 문제다. 세번째가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다.
▽박장관〓나는 공보담당자로서 설명도 해명도 항의도 했다. 그러나 도를 넘지는 않았다. 과거 정권에서는 정권이 언론을 탄압했지만 지금은 언론이 정권을 탄압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억울한 생각을 한다. 청와대 공보수석으로 재임하면서 해명을 하고 설명을 하고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면 반론권 행사를 했다. 비판적인 기사를 쓴 청와대 출입기자를 해외유학 보냈다는 내용도 다르다. 청와대에 와보니 그 기자는 이미 8월에 유학가기로 돼 있었다. 이 점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다 안다.
▽박성범의원〓중앙일보 보도내용과 박장관 해명이 너무 차이가 난다. 이같은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임위에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김창혁·공종식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