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조세포탈 혐의는 사정기관이 의지를 갖고 ‘걸면 걸린다’는 것이 통설이라는 점에서 ‘한진그룹 세무조사→검찰수사’에 대해 재계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한진그룹 계열사 및 사주일가의 탈루소득이 1조원을 넘는데다 추징금액만도 5400억원이나 되는 초대형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안팎에서의 관심도 크다.
검찰은 “탈세사건 사상 최대 규모”라며 부담감을 드러내면서도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이상 계속 돼서는 안된다”고 강도높은 수사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과정에서 자금추적 등을 통해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정치권에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진그룹 탈세사건의 경우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이 ‘반부패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한 9월17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던 ‘탈세 외화도피 기업자금유용’이라는 ‘3박자’를 모두 갖췄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수사는 재벌 총수의 개인 비리는 물론 자금의 변칙유용 등 고질적인 재벌 관행에 쐐기를 박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한진그룹이 거래의 80% 정도를 외화로 취급하는 대표적인 국적항공사이기 때문에 수사 자체도 신중하게 하겠지만 어려움도 많다”고 말했다.
한 수사관계자는 “지금 재벌개혁을 하지 않으면 언제 가능하겠느냐. 전후사정 살필 것 없이 앞만 보고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세청이 고발한 탈세 및 외화유출 액수만 해도 2200억원이 넘는 이 사건 수사는 검찰과 국세청이 ‘합작’해 재벌사정의 본보기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 사장에 대한 구속으로 이어진 보광 탈세사건과 통일그룹 탈세사건 등이 이어지자 항간에서는 당국의 ‘기획사정’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 그룹에 대한 수사는 사전에 어떤 의도를 갖고 진행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정말 원칙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