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탈세수사]재벌개혁 겨냥 사정 본보기 될듯

  • 입력 1999년 10월 5일 19시 37분


한진그룹의 탈세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는 국세청과 검찰, 크게 보아 현정부가 ‘재벌개혁’을 화두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재벌의 조세포탈 혐의는 사정기관이 의지를 갖고 ‘걸면 걸린다’는 것이 통설이라는 점에서 ‘한진그룹 세무조사→검찰수사’에 대해 재계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한진그룹 계열사 및 사주일가의 탈루소득이 1조원을 넘는데다 추징금액만도 5400억원이나 되는 초대형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안팎에서의 관심도 크다.

검찰은 “탈세사건 사상 최대 규모”라며 부담감을 드러내면서도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이상 계속 돼서는 안된다”고 강도높은 수사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과정에서 자금추적 등을 통해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정치권에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진그룹 탈세사건의 경우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이 ‘반부패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한 9월17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던 ‘탈세 외화도피 기업자금유용’이라는 ‘3박자’를 모두 갖췄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수사는 재벌 총수의 개인 비리는 물론 자금의 변칙유용 등 고질적인 재벌 관행에 쐐기를 박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한진그룹이 거래의 80% 정도를 외화로 취급하는 대표적인 국적항공사이기 때문에 수사 자체도 신중하게 하겠지만 어려움도 많다”고 말했다.

한 수사관계자는 “지금 재벌개혁을 하지 않으면 언제 가능하겠느냐. 전후사정 살필 것 없이 앞만 보고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세청이 고발한 탈세 및 외화유출 액수만 해도 2200억원이 넘는 이 사건 수사는 검찰과 국세청이 ‘합작’해 재벌사정의 본보기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 사장에 대한 구속으로 이어진 보광 탈세사건과 통일그룹 탈세사건 등이 이어지자 항간에서는 당국의 ‘기획사정’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 그룹에 대한 수사는 사전에 어떤 의도를 갖고 진행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정말 원칙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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