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계속 공식 대응할 경우 ‘탈세비리’라는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 ‘언론탄압시비’에 휘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중앙일보와의 ‘주화론(主和論)’이 대두되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의 확고한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것 같다. 탈세라는 홍사장 개인비리에 대해서는 사회정의와 부정부패척결 차원에서 발본색원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중재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설도 있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그렇게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청와대가 우려하는 대목은 상황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경우 일반 여론이 ‘양비론(兩非論)’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점.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실여부와는 무관하게 더욱 비판적인 방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확전(擴戰)은 금물’이라는 공감대가 여권 내에서 형성되는 분위기다. 국민회의 일각에서 이번 사건 이후 소속의원들이 중앙일보측으로부터 받은 ‘압력’의 진상을 공개하는 역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청와대 등 여권핵심이 나서서 진정시켰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여권은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면 중앙일보가 ‘언론탄압 실상’이라고 그동안 보도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 허위임을 밝히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 보도에 거명된 여권인사들이 개인차원에서 반론권 요청이나 언론중재위 제소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