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동성애 동아리

  • 입력 1999년 10월 5일 19시 37분


동성애자들을 싫어하고 기피하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나 공통된 현상이다. 다만 나라와 지역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동성애자들은 자신들이 차별받는 원인을 권력구조의 차원에서 찾고 있다. 역사적으로 동성애자는 늘 소수였으며 반대 입장에 있는 이성애자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성애자 문제는 힘없는 소수가 당면하게 되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이지,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가치 판단의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전통적인 가족제도는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서구에서는 ‘가족해체’나 ‘가족붕괴’같은 단어들이 오래 전부터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이혼이 보편화되면서 편부모 가정이 급증하고 있으며 계약동거는 물론 여러 쌍의 남녀가 한집에서 혼거하는 새로운 가족패턴도 나오고 있다. 동성애자들이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 것은 시기적으로 이같은 ‘가족의 위기’와 일치한다.

▽70년대만 해도 동성애자들은 ‘이상성격자’ ‘성도착자’ 등으로 일종의 정신장애 환자로 취급됐다. 그러나 여러 연구를 통해 동성애가 후천적 요인이 아닌 유전 또는 선천적 결함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인권 문제로 옮아갔다. 이들의 ‘권익’ 향상에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95년에는 동성애자 인권선언문이 발표되기에 이른다.

▽우리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남의 나라 일’이다. 기성세대는 아예 이야기 꺼내기를 꺼린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동성애자의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의 동성애 동아리가 처음으로 정식서클로인준받아학생회관에 방까지 배정받았다고 한다. 다루기 어려운문제라고해서마냥 음지에덮어두는것보다는공개적인 토론의장으로내놓는것이 문제 해결에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서클 인준이 우리 사회의 동성애 논의에 그같은 계기가 될 법도 하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