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박약자, 8개월간 억울한 옥살이

  • 입력 1999년 10월 5일 19시 37분


피해자의 진술만을 토대로 한 경찰수사 때문에 한 정신박약자가 8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뒤늦게 풀려났다.

어릴 때 사고로 정신박약 증세가 있는 김모씨(26)는 2월10일 서울 신설동에 있는 한글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 강모씨(22·여)의 학생증을 주워 검문중이던 이문파출소 소속 정모경장에게 건네줬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오후 11시경 강씨가 김씨를 강도로 지목함에 따라 김씨를 강도상해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강씨는 이날 오후 9시40분경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경희대 앞 골목에서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현금1만5000원과 학생증, 현금카드가 든 가방을 빼앗기고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고 경찰에 신고했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범행사실을 부인했으며 학원강사 노모씨(34·여)와 수강생도 “김씨가 오후 10시까지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범행시간에 현장에 있었을 리가 없다”는 진정서를 냈다.

그러나 피해자 강씨의 진술만을 믿은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김씨는 범행사실을 시인했고 경찰은 3월초 김씨를 강도상해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서울지법 북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전병식·田炳植부장판사)는 5일 김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김씨가 다니던 학원 강사와 수강생들의 증언에 비춰 피고인을 유죄라고 믿기 어렵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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