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가전업체 한해 6500억 탈세"

  • 입력 1999년 10월 5일 19시 37분


가전제품 유통과정에서 모두 2조원 가량의 소득이 탈루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탈세액이 6500억여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실련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강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1일부터 한달간 실시한 ‘가전제품 유통경로 및 무자료거래 현황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경실련이 이날 공개한 국세청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이 국세청에 신고한 TV 냉장고 세탁기 음향기기 등 4개 품목의 연간 매출신고액은 2조4651억원.

그러나 이는 한국전자산업진흥회 등이 집계한 이들 품목의 내수총액 3조2563억원보다 7912억원이 부족한 액수로 이들 품목의 면세품 비율 3%가량을 제외할 경우 4개 품목 탈루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25%가량인 6985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경실련은 추정했다.

경실련은 제품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와 15%인 특소세 등을 포함한 전체 탈세액은 2000억여원대라고 주장했다. 또 전체 가전시장 규모가 6조6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가전시장 전체의 탈루액 규모는 2조원가량이며 이에 따른 탈세액은 6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경실련은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재벌 가전사들을 탈세혐의와 시장우월적 지위 남용 등 혐의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또 소비자의 신용카드 결제시 추가수수료를 요구한 209개 대리점 및 집단상가도 가맹점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불법 부담케 한 혐의로 국세청에 고발했다.

경실련은 “실태파악을 위해 삼성 LG전자의 서울시내 대리점 100곳을 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는 신제품에 끼워팔기 방식으로 과잉생산 물량이나 재고품을 대리점에 떠넘기고 있으며 이 경우 무자료거래가 상당수”라고 주장했다.

또 대리점 업주 100명중 55명은 집단상가 등에 물건을 팔면서 무자료거래를 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삼성과 LG 등 가전사측은 “대리점은 물품을 받아 이를 처분하지 않을 경우 반품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끼워팔기나 밀어내기 등은 발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가전사들은 “이전에 끼워팔기나 밀어내기 등의 잘못된 관행이 있었으나 93년이후 이런 관행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정책대리점 등을 통해 유통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선대인기자〉e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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