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자치단체가 처리비용이 싸다는 이유로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를 대량 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슬러지는 각종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는데다 음식물찌꺼기 분뇨 등과 달리 분해되지 않고 바다 밑바닥에 쌓이기 때문에 심각한 해양오염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서해는 해류이동이 빠르지 않은 반폐쇄형 해역이어서 오염우려가 높다는 것.
▼투기실태▼
정부가 88년 슬러지 등 오물 투기해역으로 지정한 곳은 △전북 군산 서쪽 200㎞ 지점(면적 3080㎢) △경북 포항 동쪽 125㎞ 지점(면적 3688㎢) △부산 동쪽 90㎞ 지점(면적 1180㎢) 등 세 곳. 이 중 부산 동쪽 해역은 투기비용 등의 문제로 현재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군산 서쪽 투기해역의 경우 서울시 인천시 광주시 경기도 충남도 전북도 등 6개 지자체가, 포항 동쪽 투기해역에는 대구시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 경북도 등 5개 지자체가 각종 오물을 내다버리고 있다.
6일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서해 투기해역에는 96년 6만4283t, 97년 9만655t, 98년 33만6947t 등 3년간 모두 49만여t의 슬러지가 버려졌다.
동해 투기해역에는 같은 기간 모두 86만여t의 슬러지가 버려졌으나 동해는 해류이동이 빨라 오염이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98년 한해동안 전국의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한 슬러지는 143만9000여t. 이 중 약 40%(58만3000여t)가 해양에 투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오염▼
서해는 반폐쇄형 해역. 동해와 달리 해류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슬러지가 떠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투기해역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190㎞에 달하는 광범위한 해역에 슬러지 등 각종 오물이 쌓여 있다는 것.
인하대 해양학과 최중기(崔仲基) 박용철(朴龍喆)교수팀이 96년 7월부터 98년 말까지 네차례에 걸쳐 서해 투기해역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구리오염도가 0.5ppb로 나타났다. 이는 오염정도가 심한 금강 하류의 평균오염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서해 외역의 평균 오염도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이다.
카드뮴오염도도 서해 외역의 평균치보다 10배 이상 높은 0.1ppb로 조사됐다.
최교수는 “이대로 서해 투기를 방치할 경우 플랑크톤이나 어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줘 ‘죽음의 바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책▼
각 지자체가 슬러지를 바다에 버리고 있는 것은 처리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 슬러지를 매립 등의 방법으로 육상에서 처리할 경우 t당 7만∼8만원이 드는데 비해 해양 투기는 2만5000원 정도면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감안해 슬러지의 해양투기를 줄이고 그 대신 소각하거나 고화(固化)처리해 재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