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아,백혈병 나을꺼야"…갈산교전교생 1300만원 모금

  • 입력 1999년 10월 10일 19시 39분


“경남아, 빨리 나아서 같이 가을소풍 가야지.”

“나도 너희들이 너무 보고 싶어. 하지만….”

10일 오전 인천 부평구 갈산동 성모자애병원 527호실. 친구들과 재잘대던 김경남양(9·인천 갈산초등교 2년)의 핼쑥한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7월 중순경 이유없이 다리 곳곳에 푸른 멍이 드는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던 김진호씨(35·인천 연수구 갈산동) 부부는 날벼락같은 검사결과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 골수이식을 받지 않으면 1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의사의 설명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7평짜리 영구임대주택에서 80만원의 월급으로 3남매를 키워온 이들에게 5000만원이 넘는 수술치료비는 엄두도 못낼 ‘거금’이었다.

항암치료를 받느라 하루에도 머리카락이 한움큼씩 빠지고 밤새 구역질을 하며 고통받는 딸을 두 내외는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봐야 했다.

한편 경남양의 딱한 사정을 접한 3100여명의 갈산초등교 전교생은 꺼져가는 친구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는 등 발벗고 나섰다.

지금까지 1300여만원을 모금했지만 수술치료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 “커서 가수가 되고 싶어요. 친구들에게 연습했던 노래도 들려주고 싶었는데….”

애써 힘겨운 웃음을 지어보이는 경남양을 바라보던 담임교사와 친구들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갔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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