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은행지점장 '샐러리맨의 슬픔' 담긴 마지막 편지 남겨

  • 입력 1999년 10월 14일 23시 14분


씨티은행 명동지점장 안재원씨(36)의 자살배경을 둘러싸고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은행지점장의 자살 배경을 둘러싸고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은 숨진 안씨가 평소 대인관계가 원만했고 성취욕도 강했던 데다 소위 잘 나가는 젊은 엘리트 지점장으로서 객관적으로는 자살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

그러나 안씨는 가출 당일인 6일 오전 자신의 집 부엌 식탁에 남긴 2장 분량의 유서에서 그의 자살이 회사업무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안씨의 유서는 “나는 은행을 위해 일한 결과 너무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우리 가족에 대해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당신, 그리고 , 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지만 아빠는 최선을 다했다. 바보같은 아빠의 삶을 살지마라.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길 바란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안씨의 부인 김모씨(37)는 경찰조사에서 “남편이 업무를 힘들어했으며 3주전 부터 불면증에 시달렸고 위장이 쓰려 병원에 가기도 했다”고 진술, 과중한 업무에 따른 고민끝에 자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안씨의 아버지(65)도 “아들이 과중한 업무 때문에 줄곧 고민해왔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입사 10년 만인 97년 국내 최연소 지점장으로 서울방배지점장 발령을 받았으며 지난해 명동지점장으로 영전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아온 그가 최근 갑자기 과중하게 업무부담을 느껴 자살했다는 점에 대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주위 동료들은 “안씨가 과도하게 실적경쟁을 시키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최근엔 제대로 밤잠을 자지 못했으며 특히 근래들어 실적이 좋지 않아 고민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씨 유서에 쓰인 “은행대출금은 퇴직금에서 정산 바랍니다”라는 문구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이 은행의 국내 책임자인 서울지점장은 14일 밤 늦게까지 접촉이 되지 않았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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