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 등의 감청 실태 특별감사를 앞둔 감사원 담당자들은 고민이 태산같다. 벌써부터 ‘지렁이’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나온다. 이종남(李種南)감사원장도 14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할 정도다.
감청문제와 관련한 쟁점은 △무차별 감청 및 영장없는 불법감청 △기관마다 제각각인 감청 집계 △예산근거가 없는 감청장비 도입 등.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사안들이다.
이 중 각 기관 감청의 적법성 여부와 불법감청의 존재여부가 가장 중요한 감사사안이다. 하지만 이를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감사실무자들은 손을 내젓는다. 예비조사에 나선 한 감사관은 “단자만 붙였다 떼면 흔적이 전혀 남지 않는데 불법감청을 어떻게 잡아낸단 말이냐”며 난감한 표정이다.
더욱이 최소한의 ‘샘플조사’라도 하려면 우선 감청대장이라도 보아야 하는데 감청대장은 ‘성역(聖域)’에 가깝다.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과 대북관계의 기밀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국회 국정감사에도 내놓지 않는 기밀문서인 것이다.
또 감사대상기관도 정보통신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 등 ‘힘있는’ 기관들이다. 특히 국정원의 경우 감사원의 고유기능인 예산 및 결산감사도 제도적으로 봉쇄돼 있어 국정원에서 팩스로 보내주는 총액만 겨우 확인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종남원장이 너무 용감했다. 구색맞추기 의혹해소용 감사였다는 비난만 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결국 감사원은 이번 특감에서 감청집계 및 장비예산 등 기본적인 ‘숫자감사’와 감청절차 및 허용범위 등 ‘제도감사’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우선 민간전문가를 동원, 외국의 감청제도를 중점 연구할 계획이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감청대상 범죄의 종류가 30여가지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130가지에 이르는 등의 문제점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