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탈북자를 남한이 납치해 간다’고 허위 선전을 하면서 실제로는 탈북자를 체포해 강제 북송하거나 살해했다. 러시아 정부는 당시 남북한을 상대로 양다리 외교를 펴다가 남한의 이른바 “조용한” 외교, 즉 소극적인 태도를 보고는 탈북자를 붙잡으면 불법체류자로 북한에 넘겨줬다.
다행히 남한의 언론과 탈북자의 인권에 관심을 갖은 사람들, 그리고 국제여론이 합세해 탈북자 문제를 국제공론화 함으로서 돌파구가 활짝 열렸다. UNHCR과 국제적십자사에 러시아 탈북난민 문제를 상정함에 따라 러시아도 난민임이 확인되면 원하는 나라로 가라는 입장으로 급선회했다. 이쯤 돼서야 한국 정부도 러시아에 체류하는 탈북자들을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경험에 비추어 최근 공론화하는 재중(在中) 탈북난민의 문제는 중국 정부에 있기보다는 오히려 한국 정부의 나약성과 무사안일주의에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장철균 외교통상부 공보관이 밝힌 재중 탈북자에 대한 정부의 입장(동아일보 13일자 A7면)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대사와 말을 맞춘 듯하다. 다시 말해 탈북자가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나 자신이 중국에서 러시아로 가 유엔 난민으로 인정받은 탈북자이다.
문민정부에 이어 인권대통령의 정부까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포용정책인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왜 국제법 규정까지 쉬쉬하며 같은 동포인 탈북자를 외면하는가. 탈북자들의 비명소리를 제발 영혼으로 받아들이라고 호소한다. 한국 정부가 국제법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나오면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도 별 수가 없을 것이다. 북한도 어쩔 수 없이 탈북사태를 막기 위해 군비를 줄여 주민을 먹여 살리는데 조금이라도 신경을 더 쓰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민복(자유를 찾아온 북한인협회 대변인·전 북한농업과학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