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체전은 '동원 體典'…"스탠드채워라" 동사무소 인원 할당

  • 입력 1999년 10월 17일 19시 43분


17일 폐막된 ‘전국체전’의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 행정당국이 주민과 초등학생, 심지어 수험생인 고3학생들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확인돼 말썽이 일고 있다.

개막 다음날인 12일 인천 남구의 종합경기장에는 1000명 정도의 관중이 모여들었지만 몇몇 선수 가족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각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동원된 사람들이었다.

남구에 사는 이모씨(37)는 “동사무소에서 부녀회를 통해 나와달라고 해 나왔다”며 “여기 모인 사람 대부분은 ‘점심 줄테니 나와달라’고 해 할 수 없이 나온 사람들”이라고 털어놓았다.

마라톤이 있던 15일 종합경기장에는 500여명의 시민들이 ‘동원’됐다. 경기장 안에는 ‘구민 관람석’ ‘△△동 주민 관람석’이라는 표지판과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고 구별로 동원된 주민과 학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특히 수능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고3학생들까지 동원돼 자리를 채웠다. 인천 I고 3학년인 한 여학생은 “어제까지 1, 2학년들이 돌아가며 동원됐고 오늘은 3학년 차례”라며 “수능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3학년생들까지 강제 동원하는 이유가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동원된 주민과 학생들은 경기에는 관심이 없고 정해진 자리에서 잠을 자는 등 경기장 분위기를 망치는 일도 다반사다.

일부 주민들은 술판까지 벌이며 경기장 분위기를 소란스럽게 했고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교사의 지도에 따라 즉석 노래발표회를 열어 관중석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이를 제지하는 지도요원은 없었다.

또 이날 S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종합경기장의 경기일정이 모두 끝난 오후 1시경에야 도착해 1시간 동안 관중석에 할일 없이 앉아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민들의 반발에 인천시청의 한 관계자는 “다른 시도에서 벌어진 체전도 모두 우리처럼 했다. 특별히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태연히 말했다.

시민 김대열씨(35·인천 남구 학익동)는 “스포츠 축제인 전국체전에 관중동원은 너무 한심한 일”이라며 “행정당국은 관중석이 빌 것만 걱정하지 말고 체전이 진정한 시민축제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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